현대자동차가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출시한 최고급 전륜구동 대형 세단 ‘아슬란’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상의 정숙성과 뛰어난 승차감을 앞세운 아슬란은 대형 세단 시장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아슬란을 시승해 본 고객들의 만족도가 90%에 육박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시승 전 만족도와 시승 후 만족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조사 결과는 ‘프리미엄 컴포트(Premium Comfort)’를 내세운 현대차의 전략이 일단은 주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주 롯데아울렛에서부터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왕복하는 약 80㎞ 구간에서 아슬란의 승차감과 주행 성능을 직접 체험했다. 시승한 모델은 람다Ⅱ V6 3.3 GDi 엔진을 탑재한 ‘G330 익스클루시브’ 모델이다.
아슬란의 첫번째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압도적인 정숙성이라고 할 만하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을 유심히 들어봐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음진동(NVH) 성능이 뛰어나다. 현대차는 최상의 정숙성을 실현하기 위해 아슬란에 전방위적인 NVH 대책 설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전면 윈드쉴드 뿐만 아니라 전·후석 도어 유리에도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해 외부 소음이 차단했다. 또 차폐 구조를 개선하고 엔진룸과 주요 부위에 흡차음재를 확대 적용해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했다. 이 외에도 엔진과 변속기의 부품 강성을 높이고 다양한 설계 개선으로 공회전 진동과 가속 소음, 엔진 투과음을 모두 개선했다. 엔진 속부터 외관 소재에 이르기까지 정숙성에 최우선을 둔 것이다.
실제 엔진 시동과 출발 및 급가속 중에도 엔진음이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특히 정차시에는 마치 시동이 꺼진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피곤한 상태에서 뒷좌석에 앉는다면 소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잠이 들만한 수준이다.
조용하지만 주행 성능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G330 모델의 최고출력은 294마력(6400rpm)이며, 최대토크는 35.3㎏·m에 달한다. 이 같은 동력 성능은 상위 차급인 신형 제네시스보다 오히려 더 좋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고출력은 12마력 더 높고, 최대 토크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고속도로에서 급가속하더라도 무리 없이 튀어나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용한 녀석이 힘도 좋다는 탄성이 나온다.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간극을 메우는 모델이지만, 주행 성능 만큼은 제네시스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다양하게 적용된 안전 편의사양도 돋보인다. 차선이탈경보장치(LDWS)는 방향 지시등을 조작하지 않고 차선을 이탈할 경우, 스티어링휠의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주의 신호를 보낸다. 진동의 세기가 좀 더 강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지만, 안전 운전에는 큰 도움이 된다.
또 어드밴스드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 시스템도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조작하지 않고 주행 속도는 물론 앞차와의 거리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ASCC 관련 버튼은 스티어링휠 오른쪽에 위치하는데 조작 직관성도 뛰어나다. 한 번만 실행해보면, 다음부턴 굳이 버튼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다. 직관성과 간결성을 우선한 운전자 중심의 인간공학적 인터페이스 설계가 돋보인다. 퀼링 패턴이 적용된 나파가죽 시트를 비롯해 실내 내장 디자인의 감성 품질도 우수하다.
이처럼 아슬란의 정숙성과 주행성능 및 편의사양 등은 크게 흠잡을 구석이 없다. 하지만 9.5㎞/ℓ의 복합연비와 옵션을 모두 선택할 경우, 5000만원이 넘는 가격은 조금 아쉽다. 편안한 주행감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에게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연비도 중요한 실용적인 소비자들에게는 조금 부담이 될 수 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