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유료방송, 재송신 정책 장외설전···’정부 개입’ 놓고 공방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업계가 지상파 재송신 분쟁 조정 방안을 담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지상파 방송은 재송신 분쟁 조정 방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이 정부의 불합리한 시장 개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반면에 유료방송은 수익 악화에 빠진 지상파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촉구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업계가 국민관심행사 재송신 대가,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재계약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조정에 나서면서 양측의 논리전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6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는 ‘시청권보다 지상파방송사 수익이 우선인가’라는 제하의 공동성명서를 내고 “지상파 3사의 정부 압박이 도를 넘었다”며 “정부가 재송신 분쟁에 적극 나서 국민 시청권을 보호하고 합리적 콘텐츠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상파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가 지난 5일 발표한 ‘방통위는 유료방송 편들기를 즉각 중단하라’ 성명서에 반대하는 것이다.

방통위는 최근 ‘직권조정’ ‘재정제도’ ‘방송유지재개명령권’ 등 재송신 분쟁 조정 방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의 갈등에서 국민의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방송협회는 “방통위가 자의적 판단으로 강제 직권조정하고 재정제도로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면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월권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지난 상반기만 10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지상파 방송사의 권리를 무시·외면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유료방송업계는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이 주장하는 시장경제원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협의기구에서 합리적 대가를 산정해 자율적 거래를 도모해야 한다”며 “KBS 등 공영방송사 채널을 의무재송신 대상에 포함하고, 대가 산정 협의기구 운영 내용을 반드시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지상파 방송사 재송신 수익은 2011년 98억원, 2012년 601억원, 2013년 1255억원 등 기하급수적 증가세”라고 밝히며 “(지상파 방송사의) 방만 경영과 과도한 월드컵 중계권료 지불에 따른 적자를 왜 대다수 국민이 지불하는 유료방송 비용으로 보전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방통위는 당초 계획대로 오는 12월 말까지 세 가지 재송신 분쟁 조정 제도를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각 방송 사업자의 이해관계보다 국민 시청권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 사업자 간 재송신 분쟁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종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방송 사업자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엄격한 요건과 강화된 절차를 마련해 국민 시청권 침해를 방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