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자동차·전자 산업, 엔저 위기감 고조

[이슈분석]자동차·전자 산업, 엔저 위기감 고조

엔저에 따른 국내 주력 산업의 수익성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이 커졌다. 미국 등 주력 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엔저를 활용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면서,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1조6487억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0년 4분기 이후 15분기 만에 최저치다. 같은 기간 완성차 판매량이 1.8% 증가했지만, 오히려 수익성은 악화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쏘나타 등의 신차 효과 등에 힘입어 판매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까지 평균 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 하락함에 따라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완성차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원·달러 환율이지만, 엔저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아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5666억원)도 1년 전과 비교해 18.6%나 급감했다. 기아차의 경우, 해외 생산 비중이 44% 수준으로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현대·기아차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최대 경쟁 시장인 미국 판매 실적도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현대·기아차의 미국 누적 판매량(109만7250대)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했지만, 도요타(6%), 닛산(13%)의 판매 증가율은 현대·기아차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향후 환율 및 경쟁 전망도 현대·기아차에 우호적이지 않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이 공격적인 판촉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정책으로 엔화 약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의 원가 절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자업계는 겉으론 담담한 모습이다. 수년 간 다져놓은 기초체력 덕에 품질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LG전자가 생활가전 3위, 삼성전자가 TV 1위를 수성하고 있는데다 유럽에서도 이미 일본 업계를 추월한지 오래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해외 생산기지도 다수 확보하고 있어 엔저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엔저 장기화에 따른 일본 업계의 시장 확대 기조가 공격적으로 바뀔 경우다. 제조단계부터 원가 경쟁력을 갖춘 중국 완제품 업계가 일본 부품의 가격 경쟁력을 업고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당수 부품을 일본에서 조달하는 우리 완제품 업계에도 일부 호재지만 ‘엔저발 나비효과’가 중국에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할 대목이다.

관건은 이달 28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다. 기업마다 대대적인 가격할인 공세가 예고된 가운데 엔저를 등에 업은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업계의 ‘저가 공세’ 수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일본의 할인 폭이 예상보다 클 경우 중국 업계에 미칠 연쇄 효과다. 한국과의 경쟁에서 ‘가격’을 주 무기로 내건 중국이 일본과 ‘저가 경쟁’에 나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진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중국 업계가 미국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고 가격대비 우수한 제품으로 각인되기 시작한다면 전자시장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