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부처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문구가 부쩍 늘었다.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국무조정실의 정부업무평가를 위한 실적 제출이 더 큰 이유로 비친다.
과학기술 분야 역시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이 하나씩 도입될 때마다 출연연구기관 등에서 연구하는 과학기술인의 사기도 함께 꺾이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 본인 사망 시 가족 세습 고용을 하거나 비위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 등 무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었다. 이런 제도는 바로잡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작은 복지제도까지 없애는 것이 과연 정상화인지 의문이다.
현재 출연기관마다 단체협약을 해지하거나 직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 과학기술계 사기는 급격히 떨어졌다. 무리한 정상화 시도에 노동조합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한 기관도 있다.
한 출연연 직원은 “내년이면 입사한 지 20년째인데 포상 하나 없다”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로 인해 근속 포상이 모두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출연기관 직원은 “가족 건강검진 지원을 폐지하는데 일반 기업들에서 운용하는 제도마저 없애는 것이 너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공공연구노조가 잇달아 성명을 발표해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쪽에서는 또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을 위한 방안을 고민한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수립 중인 과학기술인 지원 종합계획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인을 위한 복지시설을 짓고 뛰어난 공로를 세운 사람을 유공자로 지정해 지원하고 과학기술인 연금재원을 확충하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있던 복지를 축소하는 것과 새로운 복지대책을 수립하는 것. 과연 어느 쪽이 정상화인지 궁금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