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 예비타당성 심사 보완할 수 없나

정부가 미래 먹거리 산업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을 마련했지만 예산을 절반도 확보하지 못해 차질을 빚는다. 예비타당성(예타) 심사도 늦어졌으며 일부 과제는 기술 타당성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할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난해 13개 과제를 선정해 올해 세부 추진전략도 세웠다. 그러나 이 중 7개 과제가 예산 할당을 위한 예타 심사를 아직 끝내지 못했다. 하반기에 신청한 과제도 4개다. 예타 심사에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이 걸린다. 정부가 내년을 사업 시행 1차 연도로 잡은 계획이 사실상 내후년 이후로 늦어진 셈이다.

무리한 일정을 잡은 산업통상자원부와 R&D기획단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예타 심사 신청까지 늦었으니 예산 부족 타령을 할 자격조차 없다. 그러나 R&D사업 예타 심사 자체도 문제가 있다. R&D사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다른 일반 개발 사업과 똑같이 접근하는 게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예타는 대규모 예산을 들이는 개발사업의 타당성을 경제적 관점에서 검토해 재정 투자 효율을 높이자는 제도다. 해당 전문 부처가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과 달리 기획재정부가 그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 쉽지 않아 시일이 많이 걸린다.

일반 개발 사업은 시행 전에 효과와 결과를 쉽게 예상할 정도로 똑 떨어지는 게 많다. R&D 사업은 예측이 쉽지 않다. 기술개발 속도가 워낙 빨라 기획 단계에서 없는 기술이 툭 튀어나온다. 기술적, 경제적 효과가 한참 뒤에 또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오는 일도 많다.

이러한 R&D 사업을 기술 타당성 조사, 예타 심사까지 거치면 적절한 투자 시점을 놓치기 쉽다. 이 사업만큼 둘로 나뉜 타당성 심사를 병행해 속도를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기술 타당성이 떨어진 사업이야 거론할 가치도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이라면 예타 심사를 더욱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