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 성장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투톱의 힘’이 절대적이다. 절대 시장규모가 큰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르면서 위상을 강화해 가고 있다. 올해 소재부품산업이 사상 최대인 10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예상되는 것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성과가 반영된 결과다.
◇반도체, 확실한 에이스로 소재부품 성장 주도
우리나라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571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산업 가운데 당당히 1위다. 단일 산업으로 10.2%의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로 영위하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2%에 달한다.
올해도 반도체는 순항 중이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 예상액은 596억 달러로 전년대비 4.3%의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 조사에서 올해 연간 업체별 매출 추정은 인텔이 전년보다 6% 오른 513억달러로 1위를 유지하고, 삼성전자가 372억달러로 그 뒤를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8% 성장하며 인텔의 성장률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3위와 4위는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팹리스인 퀄컴으로 각각 26%, 11%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흡수하면서 16%의 성장률로 4위를 차지했고 중국 우한 공장 화재를 복구한 SK하이닉스가 22%의 성장률로 6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반도체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비트그로스 전망도 안정적이며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내년에도 별다른 공급과잉이 없는 가운데 편안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플렉시블과 사물인터넷, SSD, 전력반도체, 자동차용 반도체 등 산업의 신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분명한 기회 요인이다.
◇디스플레이, 차세대 주도권 유지가 관건
디스플레이산업은 반도체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차세대 기술에서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다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 위축 등 부정적 시그널도 일부 나타난다.
산업연구원은 디스플레이의 올해 연간 수출이 전년에 비해 7%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340억달러로 이미 전년보다 수출이 9.1% 줄어든 상황이다. 올해는 전년 수준을 밑도는 315억달러의 수출 규모가 예상된다. 전반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주요 업체 순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판매량 기준 디스플레이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가 2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노룩스(대만)가 20.1%의 점유율로 18.9%를 차지한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처음으로 2위를 차지한 것이 눈길을 끈다. 면적 기준으로는 LG디스플레이가 25%로 1위, 삼성디스플레이가 22%로 2위, 이노룩스 19%로 3위, AUO 15%, 샤프 6%의 순이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TV의 대면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신제품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차세대 기술을 선점해온 삼성과 LG가 중국 등 경쟁자의 도전을 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비, 소재 등 생태계 전반의 체질강화로 이어져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 대표 대기업이 영위하고 있다. 시장도 크지만 투자도 많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변 소재와 부품, 장비 업체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우리 대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지렛대 삼아 중소 협력사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회사가 한국에 있지만 이에 걸맞은 장비, 소재업체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글로벌 경쟁구도가 단일 기업 간 대결을 넘어 주변 생태계를 포함한 산업군간 경쟁체제로 바뀌고 있는 만큼 생태계 전반의 체질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