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 발전을 이야기할 때 항상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이 있다. 바로 상용 SW 제품의 유지보수요율이다. 기업이나 기관이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끝이 아니다. 업무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IT 인프라 유지·관리를 위해 SW 수정·보완, 기능향상, 장애 해결,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속돼야 한다. 유지보수비는 SW 기업의 인건비와 연구개발(R&D)에 재투입되는 매출 원천이자 SW 산업의 근간이다.
유지보수요율은 제품 도입 가격 대비 얼마나 유지보수 비용으로 지출하는지로 따진다. 공공 분야에서 SW를 도입할 때 외산 제품에 대해 20~22% 수준의 유지보수요율을 책정한다. 발주자(공공)가 정한 수치가 아니라 글로벌 SW 기업들이 요구하는 비율이다. 글로벌 시장 가격 정책인 만큼 우리나라만 예외로 둬 할 일해주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시스템의 주요 SW가 외산에 종속된 만큼 글로벌 기업의 가격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용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국내 SW 기업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갑을’ 관계가 뒤바뀌어 사업을 발주하는 공공기관의 입김이 SW 유지보수요율에 고스란히 담긴다. 낮은 유지보수요율로 입찰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다른 기업을 찾아보겠다는 심상이다.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공공 부문에서 사용되는 국산 SW의 유지보수요율 평균은 10~11% 수준이다.
외산 제품의 절반 수준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더욱 심각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통합(SI) 업체의 수수료 등 일부분을 떼어주면 6~8%가 공공 시장의 평균 유지보수요율”이라며 “이것도 발주자가 제시한 요율에서 ‘살려달라’ 말하며 끌어올린 때가 많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유지보수요율 협상에 나설 때 발주자가 3~4% 유지보수요율로 시작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SW 기업은 존망을 두고 치열한 협상 끝에 겨우 외산 제품의 절반을 얻어내는 셈이다.
물론 공공 발주자들도 할 말은 있다. 상위 부처나 기획재정부에서 적절한 예산을 주지 않으니 사업을 진행하려면 유지보수요율을 최소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한편에서는 ‘SW 중심 사회’를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만성 예산부족과 역차별로 고통 받고 있으니, 국내 SW 산업 발전이 묘연하기만 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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