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초고화질) 방송 도입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국회는 지상파 UHD 방송을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제반 여건 미비로 시기 상조라는 판단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은 정부의 정책방향 수립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상파 UHD 도입이 과거 약 15년간 추진한 디지털전환처럼 국민 생활은 물론 방송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시간을 두고 면밀하게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청자 복지 향상?
지상파 UHD 방송 조기 도입을 주장하는 지상파 방송사와 국회는 지상파 방송이 무료 보편 서비스라며 시청자 복지를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무료 보편 서비스에 대한 반론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전체가구의 6.8%도 안 되는 180만 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뿐만 아니다.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55인치 이상 대형 UHD TV를 보유해야 한다. 저소득층 보편화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당장 지상파 UHD 방송을 ‘무료 보편 서비스’라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상파 UHD 방송 도입으로 직접 수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상파 UHD 방송의 화질 개선이 직접 수신율을 높인다는 보장이 없다.
과거 지상파 HD 방송 도입으로 종전 아날로그 방송 화질보다 약 5배 이상 선명한 화질을 제공했음에도 직접 수신율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
난시청 해소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방송사가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중계기 추가 구축에 소극적인 현 상황이 개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자칫 지상파 UHD 방송이 시청자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시청자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해야 UHD 생태계 조성과 UHD 산업 확산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조기 도입을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다.
지상파 UHD 방송이 가시화되면 UHD 저변 확대와 생태계 조성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UHD 콘텐츠를 제작해 유료방송에 공급하면, 90% 이상의 가구가 UHD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므로 UHD 저변 확대를 통한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
지상파 UHD 방송 전면 도입이 아니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 700㎒ 주파수 대역 없이 불가능?
지상파 UHD 방송 조기 도입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700㎒ 대역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국회는 700㎒ 주파수 대역 없이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파수 등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700㎒ 대역이 아니어도 지상파 UHD 방송이 가능하다고 맞받고 있다.
기술적으로 700㎒ 대역 이외 기존 DTV 대역 내에서도 지상파 UHD 도입을 위한 여유 주파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파수 전문가는 “MPEG4 등 신규 압축기술 활용 등을 통해 기존 DTV 대역을 효율화할 경우 기존 DTV 대역내에서도 여유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다”며 “DTV 예비대역도 활용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기존 DTV 대역 내에서 신규 압축기술을 도입할 경우 여유 채널을 확보, 이를 활용한 지상파 UHD 도입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700㎒대역 주파수없이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이 가능함에도 700㎒ 대역 없이 지상파 UHD 방송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700㎒주파수 대역없이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이 가능하도록 방송환경을 개선하는 게 전제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체 가구의 6.8% 시청자를 위해 수 조원에 달하는 주파수를 무료로 지상파방송사에 배분하는 건 자원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된다.
이외에도 지상파 UHD 방송 조기 도입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보유 중인 TV를 UHD TV로 교체할 뿐만 아니라 UHD TV를 구매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감안하면 지상파 UHD 시청 여건이 성숙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도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중심으로 UHD 방송 도입을 추진 중이며, 지상파를 통한 UHD 도입을 추진 중인 국가는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은 시청자 부담 등을 우려,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방송학자는 “주요 국가의 지상파 UHD 방송이 실험방송 수준이라는 점과 지상파 UHD 방송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 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상파 UHD 방송 조기 도입 여부를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이후에 결정해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