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도 SW 플랫폼 경쟁에 나서면서 국내 시장은 ‘플랫폼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방대한 이용자 수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글로벌 기업에 비해 토종 SW 플랫폼은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방성을 강조해 고객뿐 아니라 SW 공급처까지 다양화해야 ‘플랫폼 전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글로벌 기업이 선보인 SW 플랫폼 성공 뒤에는 세계 수준의 사용자와 개발자가 있다. 구글의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윈도로 대표되는 MS의 운용체계(OS), 하드웨어와 연계한 SW 전문가를 확보한 MS 등은 이미 자신만의 색을 가진 플랫폼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SW 기업은 아직까지 플랫폼 사업에 익숙하지 않다. 최근 베타버전으로 3개월에 3000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웹케시 ‘비즈플레이’도 글로벌 SW 플랫폼 가입자 수에 비하면 아직 초기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SW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형플랫폼(PaaS)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수요가 없는 플랫폼은 단순 기업의 서비스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자체가 공급자와 소비자의 유연한 연계를 전제로 한다. 기업용과 개인용을 가리지 않고 수요자가 없으면 개발자와 SW 개발 기업 등 애플리케이션 공급자가 몰리지 않는다. 수익이 없는 시장(플랫폼)에서 굳이 사업 확장에 애쓸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결국 SW 플랫폼 사업은 승자가 되지 못하면 ‘가입자 감소→공급자 감소→앱 부족→가입자 감소’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플랫폼 참여 개발자와 SW 기업을 위한 개방 정책도 필수 전략이다. 일부 SW 플랫폼이 차별화를 통해 자사 API만 고집하는 등 폐쇄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양한 앱으로 플랫폼 시장을 채워야하는 상황에서는 걸림돌이 될 뿐이다. 국내 SW 기업 대표는 “아직까지 오픈소스와 오픈API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업자들이 많다”며 “기존 자사 개발 환경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W 플랫폼을 위한 IT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PaaS·IaaS·SaaS 등 클라우드 환경이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이 세계 각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네트워크 환경과 서비스를 지원하지만 국내 SW 기업에게는 예산 등 투자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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