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미생](https://img.etnews.com/photonews/1411/626251_20141117170425_535_0001.jpg)
‘미생(未生)’은 바둑 용어로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은 돌과 그 상태를 의미한다. 반대로 두 집 이상을 확보해 세력과 대마의 근본이 되는 상태를 완생(完生)이라고 한다. 최근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동명의 드라마가 화제를 뿌리고 있다. 보잘것없는 미생에서 시작해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과 갈등 혹은 협력하며 완생으로 나아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열광한다.
시야를 넓혀 보면, 한 회사의 운명도 결국 거대한 경쟁의 바둑판 위에서 완생을 향하는 바둑 돌과 흡사하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100년이 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막 완생의 문 앞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 비해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자 세계 5위 브랜드(현대·기아차)를 보유한 신흥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완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경쟁국들의 회심의 한 수에 허를 찔리고 미생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상태다. 영원할 것만 같던 미국 자동차 산업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회생의 실마리를 찾았고, 올해 1000만대 판매를 바라보는 일본 도요타도 리콜 사태로 홍역을 치른 것이 불과 수년 전이다.
현대·기아차가 지금까지는 엄청난 속도전으로 상대의 영역을 침범했지만, 이제 경쟁 업체들도 반격의 묘수를 찾고 있다. 그 중심에는 ICT와 융합한 스마트카,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차세대 기술 경쟁이 있다. 현대·기아차도 연비 개선,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등의 중장기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추격자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완생을 이뤄 대마가 될지 혹은 미생으로 전락할지는 앞으로 4~5년간의 연구개발(R&D)에 달렸다. 우리가 이미 수도 없이 지켜봤듯이 제조업에서 회심의 한 수는 결국 기술뿐이기 때문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