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해법은 없나?

[이슈분석]해법은 없나?

요즘 미국 워싱턴 정가에 상주하는 IT기업 소속 로비스트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지난 11·4 미국 중간선거 결과, 보수적 색채가 짙은 공화당이 상원의석을 지배하면서다. 이들이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하기 앞서 국가안보국(NSA)의 검열 활동을 제한하는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라는 게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의 분석이다.

다음카카오톡이 ‘영장 거부’라는 초법적 강수를 두는 우리와 달리,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법과 제도에 기반해 정부와 맞서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사사건건 으르렁대는 이들이지만, NSA 등 연방정부에 대해선 고객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똘똘 뭉친다. 전미가전협회(CEA)도 나섰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회원사의 대외수출길이 막혀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다.

개리 샤피오 CEA 협회장은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회원사를 대표해 지난 13일 모든 상원의원에게 탄원서를 돌렸다. ‘더 이상의 불법 검열은 없다’는 워싱턴의 확약 없이는 중국·유럽 등지에서 일고 있는 미국산 IT제품의 불신·불매 바람을 다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애플 등이 자신들도 해독 불가한 개인보호암호체계를 만들어 FBI 등 사법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부 촌극을 빚기도 했지만, 이들이 정부와의 갈등을 푸는 해법은 대부분 법과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다.

IT법 전문가인 김상순 변호사(이대 로스쿨 겸임교수)는 “최근 일련의 사태를 현행법을 준수하면서도 고객 개인정보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 마련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는 일개 기업이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미국과 같이 관련 협·단체를 중심으로 공동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 당국 역시 무분별한 형사소송법의 적용을 통한 영장 청구 남발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원의 역할을 중요하다. ‘관련자료 일체 제출’ 등의 식의 포괄영장 신청에 대해서는 실질심사를 통해 기각율을 높여야 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