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LED칩 업체 MOCVD 투자 가속... 한국 업계 이중고

중국과 대만 발광다이오드(LED)칩 1위 업체가 유기화학금속증착장비(MOCVD) 투자를 더 늘린다.

지난 2010년 치킨게임 이후 안정세를 찾았던 LED 산업에 또다시 구조조정 바람이 일어날 조짐이다. 특히 수주 물량은 주는데 생산단가 경쟁에서도 밀리는 한국 업체들이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는 중국 산안광전(산안옵토일렉트로닉스)이 MOCVD 100대를 추가 도입한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장비 구축이 완료되면 산안광전은 MOCVD 230대를 보유하게 된다.

MOCVD는 사파이어웨이퍼 위에 갈륨나이트라이드(GaN)층을 증착하는 장비다. GaN 증착 기술이 LED 칩의 성능과 수율을 결정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MOCVD 보유대수로 그 회사 생산능력을 가늠한다.

산안광전은 샤먼시로부터 보조금 10억위안(약 1806억3000만원)을 이미 받았고 30억위안(약 5418억9000만원) 추가 지원 계약을 맺었다. 이에 기반을 두고 공장 부지, 건물 투자 등을 합해 총 100억위안(약 1조8063억원)을 투자한다. 액시트론·비코가 향후 2년간 각각 50대씩 MOCVD를 공급하게 된다.

대만 최대 LED 업체 에피스타도 자국 내 경쟁사 포르모사에피택시를 인수한 뒤 MOCVD 추가 투자에 나섰다. 지금 보유한 MOCVD 대수는 436대지만 올해 말까지 5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산안광전과 에피스타는 90억위안(약 1조6256억7000만원) 규모 중국 LED칩 시장 절반 이상을 과점했다. 중국 LED 칩 시장은 올해 16% 확대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대대적인 투자는 LED칩 제2의 치킨게임을 예고한다. 지난 2009년 삼성LED(현 삼성전자 LED사업부), LG이노텍, 에피스타, 니치아, 서울반도체 등 한국·대만·일본 업계가 장악한 LED 시장에 중국이 뛰어든 이후 2~3년간 업계 줄도산이 이어졌다. 국내 중소 LED칩 업체도 피나는 구조조정을 거쳤다.

지난해부터 LED칩 업계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면서 중국 정부는 다시 보조금을 뿌리기 시작했다. 산안광전, 중화찬광전, 연건광전 등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대만 에피스타·에버라이트도 자국 LED 칩 업체를 여럿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린 뒤 MOCVD 주문량을 늘렸다. 이 사이 LED 패키지 가격은 지난해 3분기 0.09달러(실내용 미드파워 기준)에서 올해 0.074달러로 하락했다. 패키지 가격이 떨어지면 칩가격 역시 인하 압박이 세진다.

문제는 중국·대만과 달리 한국 업계 타격이 크다는 점이다. 최대 LED칩·패키지 수요처인 LCD 디스플레이용 백라이트유닛(BLU) 산업 중심이 중국·대만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수요가 줄고 있다. TV·스마트폰 완제품에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반면에 조명 시장은 생각만큼 열리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중국·대만 업계가 규모의 경제로 가격까지 떨어뜨려 당분간 고전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