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이 애플 전용 디스플레이 공장을 대만에 짓는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이 최근 전했다.
폭스콘은 디스플레이 전문 자회사인 이노룩스에 앞으로 2년간 총 800억 대만달러(약 2조9000억원)를 투자,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만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제조·납품한다.
이를 위해 폭스콘은 내달부터 주요 장비 설치작업에 착수, 내년 말부터는 패널 양산 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이노룩스 홍보실장인 소피아 청이 밝혔다.
청 실장은 “대만 남부 소재 카오슝과학공원에 6세대 디스플레이패널 생산공장을 설립한다”며 “이 공장에서만 향후 2년간 총 2300명이 신규 채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노룩스 CEO인 투안 싱치엔은 지난달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서 “설비투자를 위해 연내 200억 대만달러, 내년에는 400억 대만달러를 각각 쏟아 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콘은 지난 20여년간 애플 제품을 중국 등지에서 ‘조립’만 해왔다. 애플 제품 탑재 부품을, 그것도 자국 대만 본토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애플 전용 공장이 갖는 의미는 크다.
폭스콘과 애플은 밀월 관계를 지속해 왔다. 폭스콘 연매출(1300억 달러)의 절반이 애플에서 나올 정도로 절대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폭스콘의 매출 성장율이 단 1%(2010년에는 53%)에 머물면서 애플과의 불화설이 돌기 시작했다.
테리 거우 폭스콘 회장은 지난 6월 연례 주총에서 “더이상 지속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사업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커버뱅크’(스마트폰 액세서리)와 ‘캔디야드’(블루투스 헤드셋), ‘앰빗 마이크로시스템스’(이동통신) 등 신규 자회사를 통한 이른바 ‘탈 애플’ 전략을 적극 시도했다.
상황이 이렇자 다급해진 것은 애플이었다. 가장 크게 의지하는 협력사가 자꾸 딴 마음을 먹는 게 신경 쓰였다.
TSMC에 전용공장 설립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전례, 사파이어 유리 공급사인 GT어드밴스트테크놀로지와의 법정싸움 등을 잇따라 겪으면서 폭스콘과의 관계 회복이 애플의 지상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패널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여러 부품 가운데 가장 단가가 높다. 단말 판매가격 산정 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애플 입장에선 반드시 안정적 공급선을 확보해야 할 부품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사 간 이번 전용공장 설립 합의로, 그간 애플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해온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재팬디스플레이, 샤프 등 한국과 일본의 해당 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