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판 중인 스마트폰보다 100배 이상 빠르다. 쉽게 휘거나 접을 수 있으면서 강철 이상으로 튼튼하다. 배터리 용량은 수배에 달하지만 충전시간은 10분 내외에 불과하다.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래핀 응용 기술이 상용화될 시 기대되는 효과들이다. 전 세계의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관련 연구개발에 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다.
꿈의 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의 물적 특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높은 전도도를 가져 각종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보다 전자 이동성도 100배 이상 빠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집적도와 처리 속도가 한계점에 이른 실리콘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리콘 기반 비메모리 반도체의 미세공정이 최근 ‘핀펫’ 등 신공정으로 14나노까지 도달한 가운데 그래핀은 그 한계를 넘어 10나노 이하 미세공정까지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두께가 0.2nm에 불과할 정도로 얇고 빛을 대부분 통과시킬 정도로 투명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유연성과 신축성이 뛰어나 웨어러블 기기용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데 최적의 특성을 가졌다는 평가다. 현재 대부분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패널에 적용된 ITO(인듐주석산화물)필름은 희귀 광물인 ‘인듐’을 사용하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그래핀 투명전극은 이를 대체할 유망 소재로 손꼽힌다.
전기자동차와 모바일기기 등을 위한 배터리 성능 향상 관련 연구개발에도 그래핀은 빠지지 않는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사이의 전기전도도가 느리지만 그래핀 응용 배터리는 전기전도도가 빨라 충전 시간을 1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배터리 용량과 전력 효율성이 높은 것은 물론이다.
고성능 전자기기가 보다 얇고 작아지면서 발생하는 발열 문제를 해결할 소재로도 기대가 크다. 최고의 열전도성을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을 잘 전달한다. 그래핀을 활용한 방열시트, 방열도료, 방열패드 등은 이미 상용화 수준의 개발을 마치고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강철보다 200배 튼튼해 전자소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소재로 활용도가 높다. 차량 경량화, 우주항공 분야, 방탄복과 같은 기능성 의류 등에 그래핀을 응용한 복합소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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