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철 KIC사장 "메릴린치 투자, 사죄드린다" 공식 사과...기재부가 주도 해명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24일 2008년 메릴린치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본 것과 관련 “잘못된 투자였고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잘못된 투자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드린다”며 “앞으로 메릴린치 투자 실패의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서 한국투자공사가 명실공히 국가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적 국부펀드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안홍철 KIC사장 "메릴린치 투자, 사죄드린다" 공식 사과...기재부가 주도 해명

KIC는 2008년 2월 메릴린치 주식에 2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며 큰 손실을 봤다. 이후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되면서 KIC는 주당 27달러에 BOA 주식을 받았지만 주가 하락으로 여전히 손실이 크다. 현재 누적 투자 손익은 8억달러이고 최초 투자 이후 연환산 수익률은 -7.46%다.

안 사장은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자 우리도 마음이 급해 투자한 꼴이 돼버렸다”며 “당초 투자가 잘못됐고 지난 12월 기관장으로 부임 후 주식 파는 걸 두 번이나 검토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메릴린치 투자 당시 안 사장은 KIC 감사로 재직 중이었다. 기재부 등에 투자를 늦추자고 제안했지만 당시 KIC 경영진과 기재부 국장이 투자를 종용하는 분위기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저는) 투자운영위원회 출석 발언권만 있을 뿐, 투표권 등이 없어서 잘못된 투자를 막을 수 없었다”며 “기재부 모 국장이 투자위원회의 도중 정회를 요청했고, 이후 상황이 투자하는 쪽으로 급변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투자금액 30억달러에서 20억달러로 줄인 것이 그나마 감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고 덧붙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