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수능 실패와 국가R&D 혁신](https://img.etnews.com/photonews/1411/629012_20141124170232_601_0001.jpg)
2015학년도 수학능력평가 시험에서 두 문제나 복수정답이 인정되면서 온 나라가 대혼란에 휩싸였다.
시험을 치른 수험생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 고등학교 담당자, 대학 관계자, 입시학원가 등 모든 입시시스템이 줄줄이 헝클어졌다. 2014학년도에 이어 출제 오류가 되풀이되면서 ‘수능 불신’의 골은 더욱 깊게 패였다.
여러 시스템적 문제가 있었지만 수능 시험은 최근 수년째 오류와 논란을 거듭해온 끝에 사실상 현 체제로는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출제위원 선별과 가두기부터 시작해 고등학교 교육 현장과는 전혀 무관한 대학 전공 범위 수준의 출제와 난이도 조절 실패, 고교 학습과정 수준에서의 엄밀하고 철저한 검증 부재로 이어지면서 ‘실패’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교육부의 책임 없는 행정은 지속됐고 지금의 사태를 낳은 것이다. 그 피해와 충격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 같은 ‘관치로 인한 오작동’이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7조원이나 되는 예산이 국가 R&D에 투입되는 등 매년 예산 비중과 절대 규모가 늘고 있지만 효율과 결과물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결국 세계적으로도 가장 으리으리한 연구실을 만들어 놓고도 연구 결과는 학교나 출연연 서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 ‘출연연 운영을 위한 과제 수행’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맨 먼저 ‘국가 R&D 대수술’이란 선명한 구호를 내건다. 그리고 메스까지 든다. 하지만 수술대에 올려놓고도 환부를 도려내진 못한다. 성과 보여주기에만 집작했던 구태와 그것을 둘러싼 잘못된 관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충실히 집행하고, 따라온 출연연이 잘못했으니 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으름장을 내놓는다. 참 쉽고 간편한 처방이다. 그러니 고쳐질 리 없다. 다음 대통령이 뭔가 선언해야 할 일을 남겨 놓기 위함인가.
얼마 전 정부가 연 ‘R&D 혁신 대토론회’에서 그나마 정부가 권한의 대부분을 내려놓고, 민간 중심으로 전환해야 국가 R&D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신선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수능 제도나 국가 R&D 개혁의 출발점은 현장과 인력양성에 맞춰야 한다. 수능이 앞으로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는 과정이 돼야 하는 것처럼 국가 R&D 역시 미래 성장을 짊어질 연구자와 실행자를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입시는 교육 현장에 답이 있고, 국가 R&D 역시 산업현장이 최종 목적지가 돼야 한다. 이들 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물은 결국 세금 낭비이자 쓸모가 없는 일이다.
이번 수능 오류 책임을 지고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표를 냈다. 초래한 국가적 혼란과 충격이 이 정도로 막아질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모든 국가적 혼선 해결과 새로운 혁신은 현실 인정이 먼저다. 현실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관치 교육과 R&D의 잇따라 실패경험을 딛고 일어나려면 왜 지금 이런 문제가 자꾸 터지는지 철저한 자기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