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꿈의 소재 `그래핀`, 상용화 환경 조성해야

우리나라가 꿈의 소재라 불리는 ‘그래핀’과 관련해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상용화에서는 크게 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구리 혹은 니켈 기판에서 고온으로 증착시켜 그래핀을 만드는 화학기상 증착법(CVD) 방식의 기술특허 건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흑연으로부터 그래핀을 뽑아 내는 기술 수준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같은 성과는 정부의 이 분야에 대한 연구비 투자가 크게 기여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500여건에 이르는 그래핀 연구개발이 이뤄졌고, 비용만도 1600억여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는 글로벌을 선도하고 있지만 상용화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뛰어들었으나 상업적 양산에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 높은 초기 투자비용, 중간재 생산에 치중된 연구개발, 원소재 전량 수입 등으로 사업화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연구개발 단계에서 그친 탄소나노튜브(CNT)와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우리가 연구용 소량 생산 수준에 머무는 사이, 미국·유럽 등 글로벌 공룡 소재업체들은 이 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선진국 역시 그래핀의 물적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초미세공정에서 실리콘을 대체할 소재 기술로 큰 기대감을 나타낸다. 배터리 성능 향상 연구에서도 그래핀의 중요성은 커져만 간다.

전문가들은 그래핀 기술의 상용화와 관련,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금처럼 해외 선진국 연구개발 사례를 쫓는 형태의 연구에 머무른다면, 정작 시장이 열렸을 때 후발국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기술 분야를 개척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양산으로까지 연결해야 그 과실을 딸 수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