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내 양자기술 "단기간에 세계 따라 잡았지만 체계적인 육성책 필요"

[이슈분석] 국내 양자기술 "단기간에 세계 따라 잡았지만 체계적인 육성책 필요"

국내에서 양자 기술을 가장 많이 확보한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10월 부산에서 열린 월드IT쇼(WIS)에서 50㎞거리에서 10kbps 속도로 양자암호키를 만드는 시연에 성공했다.

이는 초당 800GB 데이터를 암호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대표적인 상용 장비로 평가받는 스위스 IDQ 제품이 25㎞ 거리에서 1kbps 속도로 암호키를 생성하는 것을 감안하면 SK텔레콤도 상용 수준에 근접한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양자난수생성기(QRNG)까지 개발하게 된다면 한층 더 상용 기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최근 양자컴퓨팅 핵심 기술까지 확보한 상태다. 정부도 내년부터 양자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선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양자 ICT 발전 기본계획(가칭)’을 마련 중이다.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등 양자 정보통신기술(ICT) 개발 로드맵을 수립하고 수백억원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한다.

미국 등 앞선 기술을 보유한 나라와 연구개발에서 협력도 추진한다. 양자 ICT를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기업과 정부가 양자 기술 확보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나섰지만 국내 양자 ICT 생태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일단 숫적으로 열세다. 일부 통신사, 대학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양자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주체가 없다.

KT 등도 최근 내부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양자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개발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개발비 등 리소스 투입에도 글로벌과 격차가 크다. IBM은 지난 7월 향후 5년간 양자컴퓨팅·인지시스템 등에 30억달러(우리 돈 3조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산업 생성 초기에 정부지원이나 기업투자가 집중돼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동국 국민대 교수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양자 관련 기술은 최근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수준을 키웠다”며 “양자관련 산업은 분명한 미래먹거리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생태계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