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대량 보조금이 살포된 이른바 ‘아이폰6 대란’의 책임을 물어 통신 3사와 관련 임원을 형사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과거 불법보조금 유포 통신사에 과징금과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적은 있지만 형사고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첫 위반 사례이기 때문에 법안 연착륙을 위해선 강력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검찰 수사 내용에 따라 징계 수위가 높아질 수 있어 내심 과징금 수준에 멈추길 바랐던 통신사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오전 제56차 전체회의를 열어 ‘SK텔레콤, KT와 LG유플러스의 단통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방안에 관한 건’을 논의했다. 통신 3사는 이달 초 대리점과 판매점에 평소 이상으로 많은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해 불법 지원금 유포를 조장한 혐의를 받아왔다.
위원회는 비정상적 장려금으로 대리점의 이용자 부당차별을 유도한 통신사와 영업담당 임원을 단통법 21조에 의거해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통신사의 과징금, 유통점의 과태료 여부는 내달 3일까지 논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조사 대상 기간이 짧고 방통위 조사 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형사고발로 제대로 된 수사권과 강제권을 갖추게 된다면 더 확실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CEO까지 책임을 지우는 것은 회의적이지만 앞으로는 CEO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원제 부위원장은 “여전히 단통법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도 통신사가 먼저 위법 행위를 조장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수익 창출이라는 기업 임원의 역할은 이해하지만 법을 어기면서까지 수익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동조했다.
방통위는 판매점 진술 내용 등 세부 자료를 첨부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대란을 먼저 촉발한 주도사업자 제재를 두고는 ‘누가 먼저인지’를 가리기도 어렵지만 단통법 하에서는 모두 같은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형사고발 결정은 단통법 안착을 향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아직 단통법을 두고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사가 대란을 부추긴 데 대한 강력한 유감의 표시기도 하다.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돈으로만 책임지기가 부족하다는 의미도 담겼다.
통신사는 당황스럽긴 하지만 방통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불법 기간이 짧고 개통 숫자가 적어 고발까지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다”며 “이제 검찰이 문제 여부를 가릴 것이기 때문에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은 10월 31일~11월 2일 3일간 44개 유통점(대리점, 판매점)을 대상으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총 1298명의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34개 유통점에서 540명에게 평균 27만 2000원이 지원금 상한선을 넘겨 초과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폰6는 이 중 78%를 차지하며 약 29만원이 초과 지급됐다. 11월 1일 아이폰 16G 모델에 대해선 최고 55만까지 지원금이 확대 지급됐다. 하지만 실제로 개통으로 이어지지 않은 취소자 수치에 대해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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