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수립한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통해 2017년 달 궤도선을 시험 발사하고 2020년 한국형 발사체를 활용한 달 궤도선과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정했다. 내년부터 3년간 진행할 1단계 사업을 위해 1978억원의 예산을 반영했고 이 중 1차년도 사업을 위한 410억원의 예산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부가 달 탐사를 위한 ‘쪽지 예산’을 들이밀었고 2017년을 발사 시점으로 한 것은 대선을 앞둔 이벤트”라고 비판하며 논란이 제기됐다.
과학계는 정치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우주기술 확보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달 탐사는 향후 우주기술 개발과 우주영토 개척을 위한 전진기지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달 탐사로 우주기술 확보
달 탐사 사업은 우리나라 우주기술 개발 목표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계획돼 왔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우주개발 세부실천로드맵’, 이명박 정부의 ‘제2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등을 거쳐 박근혜정부에서 한국형 달 탐사 계획이 구체화됐다. 정권 차원의 사업이라기보다는 우주기술 확보를 위해 단계적으로 준비해 온 사업이라는 의미다.
사업 목표는 무인 달 궤도선과 착륙선을 자력 개발하고 한국형발사체를 통해 우주탐사를 실현하는 것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진행하며 총 개발비용은 735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은 2단계로 나눠 추진한다. 1단계는 내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과 국제협력을 통해 시험용 달 궤도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어 2단계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달 궤도선과 착륙선을 독자 기술로 개발하고 한국형발사체를 활용해 발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한국형 달 탐사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산학연 기술을 총 결집한다.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15개 출연연구기관이 참여해 ‘달 탐사 출연연 협력협의회’를 결성하고 융합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대학과 민간 기업들도 달 탐사에 대거 참여한다. 우주기술 뿐만 아니라 IT, 원자력, 로봇 등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도 시도한다.
전략적인 국제협력도 진행한다. NASA와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항우연과 NASA 본부는 지난 7월 달 탐사 공동개념연구를 위한 ‘연구협정(Study Agreement)’을 체결했고 현재 워킹그룹 논의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도출되면 내년 중 공식 협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NASA 위성 연구센터가 아닌 본부와 직접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술력이 NASA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NASA와의 협력 위한 일정 조정
지난 2011년 수립한 ‘제2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서는 달 궤도선 2023년 발사, 달 착륙선 2025년 발사를 목표로 했다. 이 계획이 지난해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통해 일부 수정되면서 2020년으로 목표 시점이 당겨졌다.
계획을 앞당긴 이유 중 하나는 NASA와의 협력이다. 달 궤도선 발사에 NASA와 협력하고, 이를 통해 2018년 달에 착륙 예정인 NASA 탐사선의 통신 중계기능을 우리가 맡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NASA의 협력과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필요하다.
내년 사업예산 410억원 반영이 늦어지고, ‘쪽지 예산’이라는 정치권의 지적이 나온 데도 이유가 있다. 정부 예산안 제출 일정과 기획재정부의 달 탐사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 시점의 차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다. 달 탐사 사업은 예타 조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예타 결과가 정부 예산안 제출 뒤인 9월 25일에 나왔다.
◇과학계, ‘정치적’ 시각 걷어내야
과학계는 달 탐사는 우주기술 개발과 국제협력 기회 확보 등 과학 본질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적 시각이 반영되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도 달 탐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직·간접적인 이익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달 탐사에 적용된 각종 기술의 진화는 기본이고, 한국형발사체를 통한 발사에 성공하면 해외 발사서비스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인공위성 기술 역시 진화해 해외 위성서비스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
우주기술 분야에서 국가적 신뢰도가 높아지고, 협력기회가 늘어나는 간접 효과도 기대된다. 달 탐사 성공으로 국가 브랜드가치가 상승하고, 국민의 자긍심이 높아지는 것도 혜택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과학적 문제에 대해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은 자제해야 한다”며 “달 탐사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꼭 넘어야 할 지점이고, 이를 통과하면 우주기술이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IT 기술과 융합해 IT의 우주확장도 우리가 선도할 수 있다”며 “우주개발과 첨단 기술이 맞물려서 가져올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