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스마트폰 핵심 기능에까지 침투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스템설계 분야에서 국내 업계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몇 년간 부진을 이어온 사이 중국이 한국을 추월해 이제는 기술적으로도 앞서나가는 분위기다.
상하이데일리는 상하이베이가위성테크놀로지가 휴대폰·태블릿PC용 위성항법장치(GPS) 칩 양산에 성공해 ZTE 등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상하이 과학기술위원회는 베이두 위성 기술을 지난 2010년부터 민간에 공개해왔다. 지역 내 팹리스를 비롯한 하이테크 업체가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하고 양산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기존 베이두 위성에 들어간 칩은 크기가 너무 커 스마트폰 내장이 불가능했다. 회사는 40나노미터(nm) 공정을 사용해 칩 크기를 줄이고 전력 효율성도 높인 반도체를 개발했다.
왕 영핑 상하이베이가 서기는 “40nm가 가장 널리 쓰이는 칩 사이즈”라며 “(R&D 시작 후) 약 1년여만에 글로벌 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두 위성과 GPS 교신을 하는 스마트폰에는 우리 칩을 쓰는 게 호환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ZTE·메이쥬가 이 칩을 이용해 최신 폰을 만들었고 ZTE는 차세대 스마트폰에도 상하이베이가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지금은 10m 단위로 위치를 인식하는 수준이지만 차세대 모델에서는 1m 단위까지 인식하는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 2000년 베이두 위성을 처음 발사했고 2003년부터 교통관제, 날씨예보, 재난망 등에 사용해 왔다. 지금은 우주에 16대가 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퀄컴 칩이 베이두 시스템을 지원한다. 향후 10년 내 40대를 더 띄운다는 중국 정부 계획대로라면 조만간 베이두 위성이 전세계를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PS는 모든 스마트폰에 기본 장착되는 기능으로 지난 2008·2009년 스마트폰 국내 출시 초기부터 팹리스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던 분야다. 하지만 국내 위성기술이 빈약한데다 GPS를 개발하더라도 유럽 NXP, CSR, 유블럭스와 미국 TI 등이 강세를 보여 고객사를 발굴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금은 개발사가 거의 없고 상용화한 사례도 알려지지 않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