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도입 방안으로 방송법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과 새로 제정할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법안(통합방송법)’에 한시적으로 포함하는 방안 등 2개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KT와 반 KT 진영은 합산규제 도입 자체를 놓고 찬반으로 나뉘어 극명하게 대립, 향후 세부방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특히 KT는 정부가 제시한 합산규제 도입안 2개를 모두 거부할 의사를 표명해 법안 제정까지 진통이 예상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8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방향을 담은 통합방송법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통합방송법에 합산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2개 안을 제안했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으로 각각 구분했던 기본 분류 체계를 ‘유료방송’으로 일원화하고 시장점유율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1안은 ‘유료방송사업자는 시장점유율 또는 사업자수 등을 고려,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를 초과해 다른 유료방송사업을 겸영하거나 그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방송법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이다.
2안은 ‘유료방송사업자는 전체 유료방송사업 가입가구 수의 3분의 1을 초과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이다. 정부는 2안에 3년 후 재검토 또는 일몰제라는 단서를 붙였다.
KT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전국을 송출 커버리지로 삼는 위성방송은 케이블TV, IPTV와 전혀 다른 서비스라며 합산규제를 받아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KT스카이라이프 부사장은 “1안은 현행 방송법의 3분의 1 상한 규제와 다를 바 없고, 2안도 유례없는 사전 규제로 신문법 개정안 사례처럼 위헌 소지가 있다”며 2개 안을 모두 거부했다.
이어 “현재 KT계열 시장점유율이 33% 상한에 임박하거나 초과한 것을 감안하면 상한선이 49%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선규 명지대 교수는 “합산규제는 권역이 없는 위성방송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사전에 제한하겠다는 것”이라며 “독과점을 방지하겠다는 법 취지와 맞지 않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반KT 진영은 건전한 유료방송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합산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는 “(KT진영이) 전국 대상 미디어 플랫폼을 2개나 보유한 것 자체가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KT진영 주장처럼) 공정거래법의 독과점 기준을 방송 시장에 적용한다면 방통위, 미래부는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이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특정 사업자의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합산규제 2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국장은 “해외 방송 시장이 국내보다 엄정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공정거래법 기준을 방송 사업자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개선안과 의견을 수렴해 연내 통합방송법 제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국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유료방송 가입자 비중 추이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