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IT 무관세품목 확대 협상 1년 만에 재개

정보기술(IT) 분야 무관세 품목을 확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개정 협상이 1년여 만에 재개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10년간 유예됐던 디스플레이 무관세화가 앞당겨지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부터 1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WTO 회원국이 참여하는 ITA 협상이 열린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말 협상 타결 실패 이후 1년 만의 협상 재개다.

ITA는 지난 1996년 WTO 회원국간 203개 IT품목 무관세화를 결정한 것이다. 이후 15년 가까이 지나면서 IT 시장이 크게 바뀌자 이를 반영하기 위해 2012년부터 확대 협상이 진행됐다.

확대 협상은 기존 ITA에서 제외됐거나 일부만 포함된 품목의 관세를 추가로 철폐하는 것이 골자다. 디스플레이·영상음향기기·전기기기·의료기기 등 200여개 품목이 무관세화 후보군에 올라있다.

한국을 포함한 WTO 회원국은 지난해 12월 제9차 WTO 각료회의를 계기로 타결을 위해 앞서 15차례에 걸쳐 공식 협상을 가졌으나 미국과 중국 등의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무관세 품목을 확대하는 공세적인 입장을,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 탓이다.

이후 1년 가까이 협상을 재개하지 못한채 고착 상태에 빠졌으나 지난달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ITA 확대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양해에 도달했다”고 각국 정상에게 전했다.

자연스레 4일 시작되는 ITA 협상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심한 갈등을 보였던 미국과 중국이 의견 조율을 이룬데다 1년간 중단된 협상이 재개되는 것만으로도 향후 협상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다만 이번 협상이 바로 타결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EU, 일본 등도 일부 품목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디스플레이 무관세화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반대로 디스플레이는 중국 정부의 관심 품목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국과 FTA에서도 LCD패널의 관세 철폐 유예기간을 10년으로 설정했다.

최경림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ITA 협상이 한동안 소강상태였다가 APEC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진전이 이뤄졌다”면서도 “모든 국가가 참여해 최종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어서 이번 회의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자료:각 계 취합>


※자료:각 계 취합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