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실적호전과 시장 점유율 확대 속에 그룹 계열사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LG는 전통적으로 전자와 화학을 양대 축으로 성장해온 그룹이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그룹 내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4일 기준 LG디스플레이의 시가총액은 12조3267억원으로 전체 상장사 가운데 18위, LG그룹 계열사 가운데는 2위다. LG그룹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회사는 LG화학(13조2542억원)으로 시가총액 전체 순위는 17위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하루 주가 변동만으로도 역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근접했다.
불과 1년 전(2013년 12월 4일)만 해도 LG디스플레이 시가총액은 8조3371억원으로 전체 30위, LG 계열사 가운데도 LG화학(18조7547억원), LG전자(10조8498억원), LG(10조5432억원), LG생활건강(8조3371억원) 다음 순위였다. LG디스플레이 1년 사이 시가총액이 47.4%나 증가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실적도 호조다. 그룹 내 매출액 순위는 LG전자가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디스플레이가 이미 수년 전부터 LG화학을 앞섰다. 영업이익은 LG화학이 꾸준하게 상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LG화학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지난 3분기만 놓고 보면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4741억원으로 LG전자(4613억원), LG화학(3575억원)보다 많다. 증권사 실적추정에 따르면 4분기 영업이익도 LG디스플레이가 6031억원으로 LG전자(3679억원), LG화학(3298억원)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의 가파른 성장은 프리미엄급 신제품에서 경쟁자를 앞서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디스플레이 판매량은 LG디스플레이가 25%의 점유율로 1위다. 프리미엄급 초고선명(UHD) 패널도 지난 10월 28.1%의 점유율로 대만의 이노룩스(24%)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손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거의 유일하게 기술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문샷싱킹(moonshot thinking)’ 전략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달을 더 잘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높이는 대신 아예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자는 것. 파격적 혁신으로 기술과 시장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용 소형 OLED 개발에 뒤진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 55인치 OLED TV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소형 OLED 개발을 목표로 10%, 20%의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대형 OLED TV를 개발하겠다는 10배의 혁신적인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패널 해상도도 세계 최초 200만화소의 풀HD 개발에 이어 곧바로 화소 수를 두 배로 높인 400만화소의 쿼드(Quad) HD해상도 개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회사만의 일하는 방식을 선포하고 중점 과제 위주의 업무 진행을 강화했다”며 “‘A2D(Analog to Digital, 불필요한 일을 제거하고 비효율적인 일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활동)’과 ‘아이디어 드림팀’ 등 창의적으로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내부 분위기도 조성됐다”고 말했다.
<표1. LG 주요회사 경영실적 추이 (단위: 십억원) *자료: 각 사>
<표2. LG그룹 주요 회사별 시가총액 변화 *자료:한국거래소>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