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4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한 이통 3사와 22개 유통점에 과징금과 과태료를 각각 부과했다. 이른바 ‘11·1 아이폰 대란’이 벌어진지 한 달여 만에 나온 신속한 제재 결정이다. 그만큼 급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방치하면 단통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이통사에 각 8억원씩 총 24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적다는 비판도 있다. 한 이통사 임원은 “법인 및 임원 형사고발에 이어 영업정지라는 초강수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통 3사는 과징금 부과에 대해 “단통법 정착 계기로 삼겠다”며 화답했다. 사상 첫 과태료를 맞은 유통점도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정부는 불법보조금을 상시 감시하는 전담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당분간 단통법을 흔들 변수가 많지 않다.
단통법 정착의 단초가 마련된 만큼 이젠 통신 소비자가 실질적 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단통법이 더 단단해진다.
단통법 시행 두 달이 지나면서 늘어난 소비자 혜택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통신요금 인하, 신규 서비스 도입이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덕분에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줄고 부가서비스 이용도 감소했다. 각종 위약금도 폐지됐다.
그러나 소비자 눈높이는 아직 높다. 단말기 출고가가 여전히 비싸다는 불만이 많다. 특히 최신 휴대폰 가격이 내려가길 바란다. 통신요금 인하 목소리도 높다. 더 나은 서비스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물론이다. 이것만 만족하게 해준다면 단통법 폐지 논란도 눈 녹듯 사라질 게 분명하다.
정부의 강력한 단통법 정착 의지로 더 이상 ‘뒷돈 경쟁’이 힘들어졌다. 소모적 가입자 뺏어오기가 무의미해졌다는 뜻이다. 이제는 요금과 서비스, 통신품질로 경쟁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인프라를 유지해야 하는 이통사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것이 세계 통신업계를 앞에서 이끄는 보람인지도 모른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