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상을 받은 기쁨도 자부심도 곧 잊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빈 행사장은 다시 적막감에 휩싸였다.
지난 주 다양한 소프트웨어(SW)주간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새삼 SW산업 중요성과 정부 육성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팍팍한 현실은 감흥마저 쉽게 잊게 만든다. 개발자는 ‘월화수목금금금’을 반복한다. 경영자는 가뜩이나 경기 위축으로 준 일감을 어찌 벌충할까 밤잠을 못 이룬다.
SW산업인들은 스스로를 4D업종 종사자라고 부른다. 이른바 3D에 꿈마저 없다(Dreamless)고 자조한다. SW업이 4D인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
SW주간에 상을 받은 기업이 많다. 업력 10년을 넘어도 100억원대 매출이다. 외국이라면 ‘0’이 하나 더 붙어야 마땅한 기업들이다. 업력을 쌓을수록 성장은 더디고 이익은 되레 준다. 내수 시장이 좁다 해도 커가는 시장과 어긋난 실적이다. SW가치를 건설현장 노동가치보다 못하게 여기는 풍토 탓이다. 비뚤어진 하청구조 탓이다.
SW기업은 생존을 위해 인건비를 건지기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기업이 푸대접을 받으니 소속 개발자 대우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살림 밑천인 개발자를 후하게 대접하고 싶지 않은 SW기업 경영자가 있을까. 뭘 줄래야 줄 수 없는 상황에 경영자도, 개발자도 운다.
개발자 미래는 더 어둡다. 경력이 쌓이면 몸값이 오르고 갈 곳도 많아져야 하건만 입지는 더 좁아진다. 사십 줄에 접어들면 개발자 길을 접고 인생 이모작에 삼모작까지 고민해야 한다. ‘해 온 게 도둑질’이라고 창업을 하면 곧 출신 기업과 충돌한다. 성공 가능성은 낮고 업계 출혈 경쟁만 부추긴다.
모든 문제의 뿌리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에 있다. SW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음에도 라이선스부터 유지보수까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공공 조달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민간에 맡길 시장에 선수로 뛰는 공공기관마저 있다. 민간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베껴 ‘공익’ 이라는 허울 아래 내놓는다. 오죽했으면 국회가 이런 행위를 막는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을까.
민관합동 ‘SW 불공정행위 모니터링단’도 등장했다. 불공정 행위가 여전히 만연하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SW중심 사회’를 외친다. 참 좋은 구호다. 그런데 이 구호는 역으로 우리가 아직 SW 변두리 사회임을 말해준다. 갈수록 외곽으로 내밀린다. SW에 승부를 걸겠다는 사람은 준다. SW기업도 마치 굴뚝기업처럼 노쇠화 한다.
정부가 재개발을 추진한다. 초·중등 SW교육을 실시하고, 산업 생태계 구축을 모색한다.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제 효과를 보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는 게 문제다. 그 사이 적잖은 SW기업이 사라질 판이다.
획기적인 단기 수요 진흥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제값을 주고 SW를 사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공공 조달도 모바일을 비롯한 신규 수요 창출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 정책 프로세스로는 쉽지 않은 일도 있다. 그래도 ‘창조경제’와 ‘SW 중심 사회’를 부르짖은 정부라면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한다. ‘SW중심 사회’는 SW산업 안이 아닌 바깥을 향한 메시지다. 지금은 안에서조차 회의적이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