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 SKT출신 임원 결국 `컴백홈`지시...금융+통신 융합사업 줄줄이 좌초하나

IT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 통신과 금융 컨버전스 사업이 줄줄이 실패하거나 축소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핀테크 외산기업에 안방 금융시장이 종속되는 이른바 ‘금융+통신의 잃어버린 10년’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대표 금융+통신 컨버전스 사업인 SK텔레콤-하나카드, KT-비씨카드 조합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하나카드는 컨버전스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SK텔레콤 출신 핵심 임원을 다시 SK텔레콤으로 되돌려보내는 방안을 확정했다.

모든 상품과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총괄 임원의 SK텔레콤 이동으로 하나카드의 ‘금융+통신’ 융합 사업은 구심점 없이 표류할 공산이 커졌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2009년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은 모바일금융 비전 달성을 목적으로 하나SK카드를 출범시켰다. 이러한 SK텔레콤의 비전은 지난 1일 외환카드와의 통합법인인 하나카드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시장은 바라보고 있다.

SK텔레콤은 하나카드에서 점차 지분을 철수하고 금융사업에서 손을 뗄 것으로 예상되며 하나금융과 SK텔레콤과의 시너지 사업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SKT와 공조체제에는 이상이 없다”며 “모바일 분야 혁신은 통합 하나카드의 중요한 전략사업으로 SKT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과 통신 융합의 또 다른 시도는 KT와 비씨카드의 공동 모바일 결제 사업이다. 하나SK카드와 모바일 카드 경쟁을 벌이던 비씨카드는 KT와 손잡고 ‘NFC 기반 모바일 카드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모바일카드 결제는 전체 카드 시장의 0.5% 수준에 그치며 결제액 또한 3000억원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사업은 실패했다.

전자지갑 사업 ‘모카’ 또한 간편결제 사업자 하렉스인포텍과 결별하며 반쪽짜리 융합형 사업으로 전락했다. KT와 비씨카드가 시도했던 여러 융합사업이 줄줄이 축소되거나 백지화됐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금융과 통신 융합사업이 줄줄이 축소되거나 방향성을 잃어 한국의 컨버전스 경쟁력이 많이 약화된 게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통신사와 금융사 간 협업체제와 공동비즈니스 발굴, 표준협력에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과 통신 융합사업은 중장기 전략사업인데 국내 대기업은 경영진 공백과 잦은 교체로 이러한 중장기 사업이 계속 추진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