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가 중고폰 선보상 제도 폐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인기가 좋기는 하지만 제도를 둘러싼 잡음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다. 이달 말로 예정된 폐지 시한을 넘겨 연장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 모두 중고폰 선보상 제도 폐지를 확정하지 못했다.
SK텔레콤은 프리클럽, KT는 스펀지 제로 플랜, LG유플러스는 제로클럽이라는 중고폰 선보상 제도를 시행 중이다. 중고폰에 대한 보상금을 선불로 받고 18개월 후 휴대폰을 반납하는 제도다. 3사는 당초 이달 말까지만 이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중고폰 선보상제는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폰6·6플러스를 출시하며 중고폰 선보상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LG유플러스는 이 휴대폰 신규 가입 고객의 50%가량이 제로클럽에 가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박은 아니지만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5%, KT는 25% 정도의 고객이 중고폰 선보상제를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도 3사가 연장을 망설이는 것은 정부 규제 때문이다.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 건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중고폰 선보상제에 불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중고폰 선보상제가 아이폰6 대란을 일으킨 주범처럼 언급돼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방통위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이 제도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는 중고폰 선보상제를 막을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다만 이용자 차별 및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반납기준이다. 반납 시 중고폰 상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중고폰을 A, B, C 등급으로 나눠 반납을 받기로 했다. KT는 전원이 들어오고 액정이 깨지지 않으면 모두 반납을 받기로 했다. 방통위 측은 이 같은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향후 큰 민원 요소가 될 것을 우려했다.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점도 지적됐다. SK텔레콤과 KT는 18개월 동안 누적 80만원을 사용해야 하고 LG유플러스는 6만2000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2년 약정을 가정하면 3사 모두 월 4만4000원 이상 요금제를 사용해야만 중고폰 선보상제에 가입할 수 있다. 방통위는 이것이 이용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마케팅 차원에서 다양한 분석 후 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방통위 지적에 대해서도 내부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3사 중고폰 선보상제 현황>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