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IT무관세 품목 확대 협상 난항…디스플레이 등 쟁점 여전

정보기술(IT) 분야 무관세 품목을 대폭 확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개정 협상이 1년여 만에 재개됐으나 최종 타결에는 실패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주요 관심품목에서 의견 차이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틈바구니 안에서 우리 IT기업의 수출 여건 개선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추가 협상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EU·중국·일본 등 54개국이 지난 4일부터 12일(현지시각)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WTO ITA 확대 협상을 가졌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10일까지였던 공식 협상 기간을 이틀 연장하면서 타결을 시도했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ITA는 지난 1996년 WTO 회원국 간 203개 IT품목 무관세화를 결정한 것으로 이후 IT산업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2012년 확대 협상이 시작됐다. 당초 지난해 말 최종 타결을 이루려했으나 미·중 등의 의견차이로 실패했다.

이후 1년 가까이 공식 협상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미·중 양국 정상이 품목 확대에 합의하면서 협상이 재개됐다. 협상이 타결되면 ITA 참여국은 모든 WTO회원국에 해당 품목 관세를 3년간 4차례에 걸쳐 인하, 무세화해야 한다. 현재 ITA 참여국은 총 80개국으로 세계 IT무역의 97% 이상을 차지한다.

제네바 협상을 앞두고 미·중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타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합의안이 두 나라를 제외한 회원국 의견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 걸림돌이 됐다.

우리 정부 역시 미·중 간 합의 품목을 바탕으로 한 무세화 리스트에 일부 반대 의견을 냈다. 산업부는 “품목리스트 초안이 우리의 주요 관심품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함을 지적했다”며 “이들 품목이 무세화 리스트에 반영될 수 있도록 주요국과 협의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측면에서 쟁점이 되는 부문은 디스플레이 패널(LCD·OLED), 이차전지, TV·카메라 부분품 등이다. 이들 품목은 미·중 간 합의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도 무세화에 강력히 반발한 품목이다. 중국은 지난달 타결된 한중 FTA에서도 LCD 패널은 관세 철폐 기간을 10년으로 미뤄놓았다.

우리 정부는 IT강국으로서 ITA 확대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ITA 협상에 계속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우리로서는 미·중 합의로 되살아난 ITA 확대 모멘텀을 살려가되 자칫 강대국 논리에 휘말려 핵심 수출품목이 배제되는 것을 차단하는 게 관건이다.

산업부는 “미·중 주요국과 협의해 우리 관심품목이 추가 반영될 수 있는 여지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