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냥년이 된 성녀’는 두툼한 점퍼를 입고 있어도 추위에 귀가 시리고 볼이 빨개진이 계절에 제격이다. 밖에 나가기도 춥고 어려운 요즘, 밖에서 요란스런 즐거움도 좋지만 따뜻한 집에서 푹 빠져 읽을 만한 책이다.
‘화냥년이 된 성녀’란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이 벌어지며 살생이 빈번하던 그 때, 연약한 여인들의 삶은 과연 어떠했을까. 청나라는 50만여 명이나 되는 조선 여인을 포로로 끌고 갔다. 여인들은 청에서 노비가 되어 갖은 고생을 겪었고 청은 여인들을 조선에 되팔기에 이른다. 조선은 자신의 가족을 돈을 주고 사와야 했다. 그리고 조선으로 돌아온 여인들을 ‘환향녀(還鄕女)’라고 부르며 반긴다. 그런데 이때부터 역사는 지독하게 흘러간다. 무능하여 전쟁에서 진 것도 모자라 이기적으로 자신들의 안위만 염려했던 조선의 권력자는 환향녀를 절개 잃은 훼절자로 몰아가며 내치라는 영을 내린다. 나라의 분위기는 환향녀를 내치는 게 마땅한 분위기로 흐르고, 이 분위기에 따르지 않는 집은 손가락질 받게 된다.
과거든 현재든 국가적 재난 속에서 오가는 명분 싸움에 희생되는 것은 결국 선량하고 힘없는 국민들이다. 병자호란은 과거의 일이지만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가적으로 재난 사건과 불합리한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되어도 여전히 국민들이 약자이고 희생양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펴보자.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에도 되풀이되는 상황을 예리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길 바란다.
박민서 지음. 북랩 펴냄.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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