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연구개발 뜨거운 `무주공산` 화합물 전력반도체 시장

크기는 작고 두께는 얇으면서도 고성능 저전력 IT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세계 모든 기업의 목표다.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단순 성능 문제를 넘어 환경 문제와 직결한다. 전문가들은 전력반도체 기술은 미래 생존을 좌우할 분야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시스템반도체 기술력과 반도체 소재 분야 원천 기술이 취약한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 기업들이 경쟁하는 실리콘(Si) 기반 전력반도체가 아닌 차세대 화합물 시장을 노려볼만하다. 화합물 전력반도체는 해외 선진국도 아직 상용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리콘 기반 시장은 뒤쳐졌지만 새로운 분야는 우리나라도 충분히 도전해 볼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리콘카바이드(SiC)와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의 반도체 소자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소자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소비전력은 낮은 게 강점이다. 전력 소비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실리콘보다 8배 높은 전압에서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전도성이 높고 누설 전류가 적어 에너지 절약에 탁월하다.

소자뿐만 아니라 공정, 회로, 패키징 분야의 연구개발도 필요하다. 저전력 반도체에 최적화한 새로운 공정기술이 필요한데 집적도를 높이고 다양한 기능을 통합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 패키징 기술은 일반 반도체보다 전압이 높고 소화하는 전류량이 많은 전력반도체의 특성을 반영하는 게 숙제다. 열에 약한 와이어본드를 대체하되 칩 성능에 치명적인 열을 최대한 방출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처럼 기존 공정·회로와 호환되지 않는 등의 문제 때문에 넘어야 할 기술 장벽이 많다. 생산 단가가 높은 것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실리콘을 대체하는 새로운 소자가 필요하므로 인텔 등 세계적 기업들과 미국, 일본 등이 꾸준히 연구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이 주도해 차세대전력전자연구기관(Next Generation Power Electronics Institute)을 설립하는 등 정부와 기업이 모두 시장 선점에 적극적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를 사용하면 에너지 절감과 수천억원대 비용 절약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력 사용량의 2%를 SiC 기반 전력반도체를 사용해 효율을 높이면 연간 31만8000 TOE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금액은 1200억원에 달하고 덩달아 환경 부담금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용량 전력변환분야의 핵심 부품을 SiC 기반의 전력 변환 반도체로 대체하면 연간 100억원 이상 수입대체 효과를 낸다는 분석도 내놨다. 친환경 자동차의 전력변환장치 무게를 30% 이상, 부피를 40% 이상 줄일 수 있어 자동차 에너지 효율을 15% 이상 높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는 “화합물 분야는 미래 기술이므로 꾸준히 연구개발해야 한다”며 “화합물 소자 분야 개발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