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자동차와 반도체 융합, 이제 시작이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4/12/23/article_23152611383315.jpg)
자동차와 반도체는 지난 10여년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한민국 산업 발전과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반도체가 세계 2위, 자동차는 세계 5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음에도 두 산업의 앞날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반도체는 메모리 중심 사업 구조로 편중돼 있어 시장의 부침이 심하며, 상대적으로 시장이 크고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분야 기여는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자동차도 겹겹의 환경·안정성 규제 강화로 사업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기술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동차에서 전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적으로 자동차 가격의 30%에 달한다. 또 자동차 전장품 재료비 중 40%를 반도체가 차지한다. 이런 추세는 편리성과 안정성, 고신뢰성을 추구하는 시장 요구에 부응해 계속 확대될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262억달러에서 2018년 365억달러로 연평균 6.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응용 분야는 인포테인멘트, 섀시, 파워트레인, 보디 등이며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17%, 전기차·하이브리드카(EV/HEV)가 11%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자동차 반도체는 MCU를 포함해 센서, 파워 소자, 아날로그 소자 등 다양한 비메모리 소자에 사용된다. 그 중 광전자(Optoelectronics) 25%, 센서 8%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2014년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97.7%는 상위 20개 반도체 회사가 점유하고 있으며, 국가별 비중은 미국 8개, 일본 7개, 유럽연합(EU) 5개다. 세계 반도체 시장 2위인 대한민국 기업은 단 한 곳도 포함돼 있지 않다.
앞으로 자동차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전장 기술이 될 것이며, 전장 기술의 근간이 반도체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자동차 반도체는 일반 반도체와 달리 다양한 기능의 IC 사용, 사용 주파수 대역 광역화, 동작 전압 및 파워의 다양화, 다양한 신호 처리 방식 지원, 안전성 및 고 신뢰성 확보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 반도체와는 다른 개발 시스템과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 특히 부품 및 시스템 간의 분업화, 협력화, 통합화가 필수다. 이를 위해 유럽을 중심으로 자동차분야 기능 안정성 적용에 필요한 절차 및 요구사항을 규정한 ISO 26262를 제정해 2011년 공포했으며 규제를 강제하고 있다. 또 자동차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위한 오토사(AUTOSAR) 표준도 추진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이미 제품의 품질 기준 및 공급망이 탄탄하게 형성돼 공급사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고 진입 장벽이 높다. 개발에서 채택까지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부가가치는 높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의 성격이 강해 채산성 확보가 어렵다. 또 고 신뢰성 IP와 안전 기능 관련 기술 확보가 어렵다는 난제도 갖고 있다.
자동차 전장 확대로 인해 반도체기업의 역할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반도체에 대한 기술적 이해 없이는 자동차 전장 품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반도체 기술이 없다는 것은 곧 ‘기술 종속’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의 룰을 지배하는 자가 게임에서 승리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 막 새로운 룰이 적용되기 시작한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선 관련 기술을 선도적으로 확보하고 전문 인력을 하루빨리 양성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계와 학계의 한계를 체계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 자동차 및 반도체 산업이 융합과 협력을 통해 주요 핵심 부품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은 미래 기술의 핵심인 전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반도체 산업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확대를 통한 균형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정원영 동부하이텍 상무 wonyoung.jung@dongbuhit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