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서비스 개시 이후 거듭된 통신요금 인하에도 요금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사업자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애처로울 정도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통신정책이 정부와 사업자, 소비자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대표 사례다. 중장기 통신 정책을 수립 중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20여년간 ‘유효경쟁’ 정책이라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했다.
유효경쟁은 선발 사업자의 시장 독점을 방지하고 후발 사업자를 육성, 선·후발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선발 사업자를 규제하는 이른바 ‘비대칭 규제’가 20여년간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유효경쟁 정책을 지속한 건 선발 사업자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정부의 일관된 유효경쟁 정책이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후생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혁신을 도모하는 데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우리나라가 비대칭규제를 통한 유효경쟁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 촉진과 이용자 혜택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은 규제 완화 이후 선·후발 사업자가 저렴한 요금과 다양한 상품 출시 경쟁을 펼치고 결론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규제 강화로 후발 사업자를 보호하기보다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효경쟁 정책 이후 사업자가 차별적 요금제와 서비스를 출시, 경쟁과 혁신을 추구하기보다 리스크를 줄이는 데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효경쟁 정책 기조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정부가 통신시장의 혁신과 경쟁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중장기 통신 정책 또한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통신 시장의 건전하고 자율적 경쟁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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