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픽처스에 대한 사이버 해킹 주범으로 북한이 지목되자 세계 각국은 이에 대해 각기 다른 반응을 내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사이버 대전이 막오른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3일 북한 인권 상황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북한 이슈에 대처하는 각국의 서로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은 소니픽처스 해킹을 언급하며 북한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해 자국민의 인권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인권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각국의 동의를 얻고자 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프랑스, 영국 등 11개 이사국은 안건 채택에 찬성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표를 던졌다. 중국은 사이버 공격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주범으로 북한을 지목한데 있어서는 보다 자세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주로 중국 내 IP 주소로 우회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과 사이버 안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엮이지 않으려는 배경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중국은 모든 형태의 인터넷 공격과 인터넷 테러 행위를 반대한다”면서 “어떤 국가나 개인이 다른 국가에 있는 시설을 이용해 제3국에 대해 인터넷 공격을 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러시아 역시 미국의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봉쇄에 맞서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공조 요청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새해 5월 열릴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동시에 초청해 자국의 동북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북한과 납북자 문제 등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현재 외교 활동에 영향을 받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모색하며 미국의 대처를 지지하고 있다”며 “일본으로서도 사이버 공격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해킹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소니픽처스의 모체가 일본 소니인 것도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관한 협상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현재 일본은 납북자 송환과 독자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가 장관은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이 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