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스마트뱅킹(인터넷+모바일) 경쟁력이 사상 최악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곤두박질쳤다.
소매금융 부문 최약체로 꼽히던 IBK기업은행에 조차 자리를 내줬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 스마트금융 부문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내실 지표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환은행 조기 통합으로 외형 키우기에만 몰입하면서 경영진의 ‘스마트금융’ 강화 전략이 ‘전시성 서비스’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28일 본지가 입수한 최근 3년간 국내 주요 은행의 스마트뱅킹 가입자 수와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하나은행은 이용고객 점유비와 증가율 등 스마트뱅킹 부문에서 기업은행에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
스마트금융 채널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타 은행과 차별화 전략을 폈던 하나은행은 전년 대비 스마트뱅킹 이용고객 증가율(고객 수)은 0.5%, 스마트뱅킹 점유율도 6.8%로 4대 금융지주 사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동안 하나은행은 비대면 채널 강화 전략을 펴면서 스마트금융 선두 은행이라고 공언해왔다. 김정태 회장도 2015년 경영 화두를 ‘스마트금융과 해외 시장 개척’을 꼽을 정도로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하나은행의 스마트금융 경쟁력은 후퇴하는 모습이다.
최근 3년간 하나은행의 스마트뱅킹 현황을 보면 2012년 하나은행 전체 고객은 900만명으로 이 가운데 스마트뱅킹 이용고객은 90만명에 불과했다. 전체 은행 중 점유율은 5.5%를 기록했다.
2013년 들어서는 전체 고객 수 1310만명 중 스마트뱅킹 이용고객은 140만명, 점유율은 6.3%, 올해는 전체 고객 수 1350만명 중 170만명이 스마트뱅킹을 이용했다. 점유율은 6.8%로 타 은행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반면 스마트뱅킹 경쟁력은 KB국민은행이 1위, 신한은행 2위, 우리은행 3위를 기록했다. 이들 모두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며 기존 고객을 스마트뱅킹 이용 고객으로 빠르게 유입하고 있다. 채널 기반이 약했던 기업은행이 공격적인 스마트금융 투자를 바탕으로 하나은행을 제치고 이 부문 4위로 올라섰다. 관련 업계에서는 작지만 진정성 있는 채널 전략을 펼쳤던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외형 키우기에만 집착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전시성 외형 확장 전략’을 깨트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기업은행의 스마트뱅킹 점유율은 2012년 7%에서 2013년 9.8%, 2014년 사상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서며 4위를 기록했다. 입출금식계좌 보유고객 대상으로는 스마트뱅킹 이용율은 81.5%에 달한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뱅킹이 새 화두로 떠올랐지만 하나금융은 여전히 80년대 식 외형 확장에만 주력하면서 여러 경쟁 부문에서 체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앞서 출범한 하나카드만 보더라도 기존 IT 강점을 버리고 덩치만 비대해진 기형적인 카드사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 스마트뱅킹 이용 현황 (단위: 100만명, %) *전체 고객수는 금융감독원 업무보고서 기준(실명등록 개인+기업)>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