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중국은 수교 20년을 지내오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산은 짝퉁, 값싼 노동력, 2등급 제품을 상징하는 관형사처럼 사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규모가 큰 중국이 초고속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경제적·사회적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모방에서 시작된 중국경제는 새로운 창조의 단계로 접어들어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
2014년을 돌아보더라도 ICT 시장에서 샤오미, 알리바바, 텐센트 등 끊임없이 중국 태생 벤처성공 스토리가 쏟아져 나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저성장·저금리·장기불황의 그늘이 짙어져 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스마트폰, 철강, 조선 등 주력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위기상황에 대한 지적과 혁신을 통한 국면 전환의 필요성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경제의 미래는 더 이상 ICT 산업을 빼고선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그 중요성이 커져 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한중 ICT 혁신포럼’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현지의 유수업체들을 만나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글로벌 일류업체로서 중국에서 뿌리내리고 경영이 안정됐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격히 추격해오는 샤오미 등에 대한 획기적 대응전략이 없다면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또 중국은 외부 창업자들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이에 중국진출을 꿈꾸는 한국 기업들은 현지 기업이나 먼저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가령 중국에서 한국인 대졸자가 창업을 하려 해도 2년의 취업경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단순히 생산기지나 판매장소로만 중국을 접근했다가 현지화에 실패한 사례도 많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시장의 제도개선도 필요하나 현지기업 및 인재들과 적극 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춘에서 올해 새로 생겨난 벤처기업이 6000여개라고 한다. 중관춘 소재 창업기업들의 올해 10월까지 영업 총수입은 465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6.9%나 급증했다.
이들은 값싼 노동력에 의존했던 제조업 성장전략과 달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해외 고급인력의 적극적인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라는 큰 용광로에 글로벌 기업들의 우수한 기술과 자본이 결합된 결과는 ICT산업의 급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 큰 위협이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이나 우월의식을 갖기보다 중국 사업파트너에 대한 기대와 인식을 기존과 달리 가져야 한다.
중국을 값싼 노동력과 토지를 제공하는 생산기지로만 볼 게 아니라, 달에 우주선을 보낼 만큼 첨단기술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한다.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이웃나라와 상생하려면 우리 인식의 폭을 넓혀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넓은 스펙트럼 안으로 빨려들게 될 것이다.
송호창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Hochang6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