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 융합 조정 전문가도 키워야

정부가 올해 다부처 공동 연구개발(R&D) 기획 사업을 추진한다. 기술 융·복합화가 갈수록 진전하는 상황에서 매우 바람직한 시도다.

추진 과제를 보니 공조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미래창조과학부·해양수산부의 무인이동체계 네트워크, 미래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실감미디어용 개방형 조립식 콘텐츠 저작 플랫폼, 해수부·미래부·외교부의 원거리 선박 식별 관리시스템 등이다. 내년엔 환경부·산업부가 생활밀착형 유해화학물질 대체기술을, 미래부·산업부·환경부는 미래 에너지저장기술을, 산업부·미래부·보건복지부가 알츠하이머 조기 검진 핵의학기기와 진단 프로토콜과 의료용 레이저 광원 원천기술과 의료기기를 공동 개발한다. 모두 개별 부처가 단독 추진하기에 부담이 큰 과제들이다.

기획 단계부터 여러 부처가 참여하면 예산과 시간 절감은 물론이고 성과도 더 높일 수 있다. 예산 확보도 더 수월해진다. 여러 부처가 뜻을 같이 했다는 것 자체가 이 사업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얘기다.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꼭 필요한데 단독 부처로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과제 도전도 가능해진다. 창의적인 R&D 기획이 기대된다.

다만 부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체계를 잘 잡아야 한다. 공동 과제 특성상 개발까지 시일이 많이 걸린다.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기획 때와 사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단독 부처가 하면 계획 수정을 비롯한 조정이 용이하지만 여러 부처가 참여하면 아무래도 속도가 지연된다. 여러 부처가 믿고 맡길 만한 조정자를 과제마다 둬야 한다. 부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민간 출신 전문가라면 더욱 좋다. 가능하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관료 인사이동도 자제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바람직하다.

R&D 다부처공동기획사업은 첫 시도다.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준비를 했지만 시행착오는 분명 나온다. 이 또한 자산이다. 정부가 자신감 있게 추진해 성과를 보여 ‘따로 노는 정부부처’라는 오명을 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