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HW)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제어할 소프트웨어(SW)가 없으면 상품을 팔기 어렵잖아요. 초고화질(UHD) 방송도 마찬가지예요. 국내 가전 제조사는 새로운 UHD TV를 계속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UHD 방송 콘텐츠가 없으면 결국 무용지물이죠. 정부와 제조사, 방송사업자가 UHD 콘텐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신성환 CJ E&M 영상제작팀 촬영감독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UHD 방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UHD TV와 UHD 방송 콘텐츠를 함께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최초로 UHD 방송을 상용화하고, 세계시장에서 UHD TV 판매량 수위를 다투는 우리나라가 UHD 콘텐츠가 부족해 자칫 빈 수레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 감독은 CJ그룹이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한류 컨벤션 ‘2014 케이콘(KCON)’에서 진행된 쇼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 실시간 4K UHD 촬영을 진두지휘했다.
CJ E&M은 후반 보정 작업을 거쳐 일주일 뒤 한국에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케이블TV 주문형비디오(VoD) 유통 전문업체 홈초이스를 통해 UHD 전용 채널 ‘유맥스(UMAX)’에도 공급됐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가 UHD 실험방송 형태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실시간 중계한 사례는 있었지만, 3만명 이상이 운집한 초대형 쇼프로그램을 상업용 UHD 콘텐츠로 제작한 것은 CJ E&M이 처음이다.
신 감독과 CJ E&M 제작진이 미국 현지에서 촬영한 UHD 영상 데이터 용량은 25TB(테라바이트)다. 스토리지 파손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복사본을 만드는 것을 감안하면 총데이터 용량은 50TB다. 현재 4K UHD 카메라용 저장장치로 사용되는 128GB 메모리카드 390개가 소요된 셈이다.
신 감독은 “128GB 메모리카드 1장은 UHD 영상을 불과 20분 밖에 저장할 수 없어 촬영 중에 쉴 새 없이 메모리 카드를 교체했다”며 “드라마는 다시 촬영하면 되지만 케이콘은 한 번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신 감독은 미국 케이콘 UHD 촬영 경험을 반추하며 국내 방송산업이 UHD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UHD 콘텐츠를 1시간도 담지 못하는 저장장치 용량을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 프로그램 제작 전용 UHD 카메라 렌즈, UHD 지원 디스플레이 모니터, UHD 화면 전용 스위처 등 새로운 제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감독은 “UHD 촬영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현재 방송업계는 SD(표준해상도)를 HD로 전환할 당시에 버금가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와 제조사, 방송 사업자가 국내 UHD 방송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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