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TV 업계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독자행보에 나선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의미다.
중국 하이센스와 TCL, 일본 소니와 샤프, 파나소닉은 CES 개막을 하루 앞둔 5일 (현지시각)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올해 사업방향을 소개했다. 지난해와 달리 시선을 집중시키는 신제품이 부족한 가운데 특정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적극 활용한 모습이 돋보였다.
하이센스는 ‘패널 프리 디스플레이’ 시대를 선언하고 TV 경쟁이 액정 크기에서 레이저 프로젝터의 성능에 기반을 둘 것이라 내다봤다. 후앙 웨이핑 하이센스 수석 연구원은 “대화면 소유 욕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패널은 가격 상승, 성능 한계로 인해 무한정 커질 수 없다”며 “저비용으로 대화면을 쉽게 구현하는 ‘패널 프리’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 말했다.
이 회사는 행사장에 패널 프리 디스플레이용 프로젝터 VIDAA를 설치, 풀HD(1920×1080) 해상도 영상을 100인치로 투사하는 시범도 보이며 이 분야 선점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해 공개한 퀀텀닷(QD)에 대해서는 “기술만 개발하고 있을 뿐”이라며 단기간 내 제품 출시가 없음을 시사했다.
반면 ‘QD 본가’ TCL은 본격적인 QD 드라이브에 나섰다. 지난달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55인치 4K UHD(3840×2160) TV ‘H9700’을 CES에 데뷔시키며 올해를 북미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이 회사에 QD 필름을 공급한 QD비전의 제이슨 칼슨 CEO도 연단에 올라 “QD는 NTSC 색 재현율이 110%로 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OLED)보다 선명하다”며 힘을 보탰다.
하오 이 TCL 코퍼레이션 부사장 겸 TCL 멀티미디어 사장도 자신감이 넘쳤다.
하오 부사장은 행사 후 기자와 만나 “TCL이 QD TV의 선도자”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QD TV 출시에 걱정 없다는 뉘앙스를 전했다. 이어서 “2분기 중 커브드(곡면) QD TV 판매에 들어갈 것”이라며 “카드뮴이 소량 함유돼 있지만 유럽 환경기준을 통과한 극미량”이라고도 덧붙였다.
일본 업계는 TV뿐만 아니라 4K 생태계 확산에 사활을 걸었다. 소니는 세계에서 제일 얇은 4.9㎜ 두께의 평판 액정 TV ‘X900C’를 내놓았으며 해상도와 색 재현력, 선명도, 업스케일링을 모두 지원하는 통합 칩 ‘4K X1’과 새 캠코더 출시로 4K 시장 조기 구축에 나섰다.
샤프는 기존 2400만개의 서브 픽셀에 노란색(Y)을 추가, 이를 한 번 더 자른 6600만개의 서브 픽셀을 구현하는 새 TV ‘비욘드 4K’를 선보였다. 해상도는 4K지만 830만개의 기본 픽셀을 더 정교하게 잘라 4200만개를 추가한 효과를 냈다는 것이 샤프의 설명이다. 파나소닉도 모질라 파이어폭스 운용체계(OS)를 쓰는 스마트 TV 신제품을 독자 개발한 4K 블루레이 플레이어 시제품과 함께 선보였다.
라스베이거스(미국)=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