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정보 전달 활동을 시각적으로 측정하는 형광전압센서가 개발됐다. 뇌에서 일어나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은 뇌과학연구소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브래들리 베이커 박사팀이 빛을 통해 뇌 활동을 실시간 측정하는 바이오 센서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뇌의 신경계는 자극이 가해지면 전압 변화가 일어나고 이런 전기적 활동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신경세포는 전기적 자극 혹은 신경전달 물질에 의해 세포막 이온 투과도가 변하고 이때 전압의 +극과 -극이 바뀌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이 현상을 활동전위라 하는데 하나의 활동전위는 1~2밀리초(1000분의 1초)로 빠르게 일어난다. 활동전위는 냄새, 소리, 운동 등 뇌를 통해 일어나는 모든 반응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활동전위 파악은 뇌 연구에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활동전위와 같은 뇌의 전기적 활동을 광학적 신호로 바꾸기 위해 유전적으로 변형된 형광단백질 전압센서를 제작했다. 개발한 센서 이름은 순우리말 ‘봉우리’로 정했다.
봉우리는 기존 형광 단백질 센서의 활동전위 측정시간 40밀리초보다 5배 빠른 8밀리초에 측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활동전위가 2밀리초임을 감안하면 봉우리의 시간 해상도는 활동전위 파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 봉우리는 60㎐(1초에 60번)로 발화되는 활동전위를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보고된 센서 중 가장 빠른 센싱 속도로, 일반적인 세포 발화는 50~60㎐로 일어나기 때문에 봉우리를 사용하면 대부분 세포의 신경전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브래들리 박사는 “하나의 신경회로 또는 수천개의 신경회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고, 전에 볼 수 없었던 기능적 뇌활성지도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정상과 비정상 뇌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자폐증 등 뇌질환 원인규명 및 치료제 개발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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