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녕 대한민국`을 마치며

[기자수첩]`안녕 대한민국`을 마치며

지난 한주 전자신문은 신년기획으로 ‘안녕 대한민국’ 시리즈를 게재했다. 대한민국과 이별을 고하는 사람, 기업, 자본, 소비자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와 경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기사였다.

5일부터 9일까지 매일 각 주제에 따라 준비한 기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막연하게 느꼈던 인재와 기업의 ‘탈한국’ 현상과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외국인들, 국내 기업과 산업을 뒷받침하던 소비자들이 더 이상 국내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을 사례와 함께 통계, 분석 등으로 보여준 것이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기자들과 함께 팀을 꾸려 취재하면서 탈한국 현상을 관통하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인식과 그 인식의 기저에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고충이 깔려 있다는 점이었다.

여건과 기회가 허락한다면 한국을 떠나 더 나은 삶을 찾고 싶다는 사람들의, 인재들의 이야기는 글로벌 시대 도전정신보다 각박한 생활과 낮은 처우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는 게 많았고, 소비자들이 국내 브랜드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 건 해외 판매제품과 성능 차이를 두거나 가격 차이를 두는 등 역차별로 인한 반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기업들은 더 넓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만이 아닌 과도한 규제, 빈약한 지원 정책 등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눈을 돌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방향은 하나다. 그들이 갖는 고민이 미약하다고 외면하거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면밀히 듣고 해결하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쌓여가는 불만은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가늠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폭발력을 갖는다는 것만 경험상 짐작할 뿐이다.

인재와 기업, 자본과 소비자의 마음이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사회, 경제의 안녕과 발전은 담보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어떻게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