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사고 이후 인명의 생사를 가늠하는 초반 조치를 위한 시간이다. 최근에는 경제 살리기와 관련해 많이 언급되는 단어다.
최근에는 에너지 업계에서도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전력수급의 안정과 계속되는 유가하락 등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국가 에너지 상황이 평온한 지금, 일분일초를 다투는 골든타임의 언급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에너지 업계가 말하는 골든타임은 미래 대응을 위한 전략 필요성에서 제기된다. 지금까지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전력부족과 고유가에 치여 내일보다는 지금 당장의 문제 해결에 급급했던 만큼, 지금 같은 때에 내일을 바라본 체계적인 전략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유가는 언제 다시 요동칠지 모르고 전력수급 상황도 다시 전환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기후변화 협상도 코앞에 다가왔다.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가격에서부터 시장 주도권과 글로벌 정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산적해 있다.
국가 에너지 수급이 어려울 때나 쉬울 때나 흔들리지 않을 뚝심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공감대가 필요하다. 정책이 미래를 준비할 때 사회와 산업 모두 같이 미래를 준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해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자원개발과 배출권거래제도 마찬가지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그동안 세계 각지의 유망 광구들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누군가는 미래가치를 위해 이 광구를 사들일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과거의 실패에 얽매여 기회를 보지 못할 것이다. 배출권거래도 감축방안을 강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계속된 배려를 요구하는 곳이 있다. 에너지 효율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유기체처럼 계속 움직이고 변화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에너지 수급 안정과 유가하락, 온실가스 여건이 그대로 유지되기는 힘들다. 어쩌면 이를 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주어졌다는 건 행운일 지도 모른다. 한발 앞선 정책과 투자로 지금의 행운을 미래의 행복으로 연결해야 할 때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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