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는 지난 30년 동안 세계 5대륙, 300개 이상의 도시를 순회하면서 누적 관객 수 1억5000만명을 넘었다. 매출도 1조원에 달한다. 사양사업이라고 불리는 서커스가 어떻게 이처럼 오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비결은 바로 정보기술을 결합해 매번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최근에도 취리히 공과대학과 함께 신기술 ‘드론’을 활용한 공연까지 선보이면서 여전히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문화기술(CT)을 접목해 성공을 거둔 예는 콘텐츠 영역에서 ‘태양의 서커스’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극장에 3D열풍을 이끌었던 영화 ‘아바타’는 대표적 사례다. 3D로 촬영된 영화 ‘아바타’ 1편 매출은 33억달러에 달한다. 소나타 16만대에 버금가는 매출이다. 그간 몰입감을 방해한다는 측면에서 외면 받던 3D는 아바타 이후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4DX 상영관까지 자리 잡았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과 웹툰이 모바일 인터넷이란 새로운 IT 플랫폼을 통해 세계 각지에 퍼지고 있다.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 콘텐츠산업이 왜 기술과 융합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최근 10년간 문화에 기술을 결합한 CT 지원을 통해 산업의 융복합화를 추진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송성각)은 지난 2003년부터 국내 콘텐츠기업이 ICT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기술 연구개발(R&D) 과제 사업이다. 영세한 콘텐츠 기업이 선뜻 자금을 들여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를 정부가 선행해 투자함으로써 과실을 산업 곳곳에 퍼뜨리기 위한 일환이다.
최근에는 그 성과가 뚜렷하게 나오고 있다. 특허와 논문 등 미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실적면에서도 효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1억원당 1.1건이 사업화에 성공했다. 산업부의 0.5건, 환경부의 0.4건, 국토해양부의 0.1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허출원 역시 1억원당 0.28건으로 산업부의 0.23건, 환경부의 0.09건, 국토해양부의 0.13건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올해도 문화부와 콘텐츠진흥원은 새로운 34개 CT 과제를 발굴해 콘텐츠 산업 매출 102조원 수출 61억달러를 달성에 일조한다는 방침이다.CT R&D 사업은 지난 2003년부터 지난 2013년까지 2548억원을 투입했다. 예산은 2003년 75억원에서 603억원으로 8배 증가했지만 아직 투자규모는 미약한 편이다. 작년에 626억원을 투입해 신규와 기존 개발 기술을 지원하고 사업화를 이끌어냈다. CT R&D 예산은 전체 국가 R&D 예산의 0.8%에 불과하지만 전 산업에 파급력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윤지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가 증가하면 소비재 수출은 412달러 증가할 수 있다”며 “문화가 이제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로 유통되지 않는 만큼 전 세계로 다양하게 퍼질 수 있어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이 더해지면 그 파급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산업 매출 및 수출 추이
자료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 PWC(2014)
2014년 종결 문화기술 과제 주요 성과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