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료방송시장의 지각이 바뀌고 있다.
양방향 서비스 기반 고화질 방송과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앞세운 IPTV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면서 전통의 강호 케이블TV의 퇴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연내 IPTV 가입자 수가 케이블TV를 추월하는 ‘골든 크로스’도 점쳐진다. IPTV의 공세에 맞선 케이블업계의 응전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고공비행 IPTV, 시장 패권 노린다
지난해 12월 기준 IPTV 3사 가입자 수는 KT 590만명(OTS 포함), SK브로드밴드 280만명, LG유플러스 217만명으로 총 1087만명을 기록했다. 같은 해 8월 1000만 가입자를 넘어선 이후 월 평균 21만가구를 웃도는 폭발적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에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지난 2009년 1529만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 하락세에 빠졌다. 2011년 처음으로 1500만명 선이 붕괴된 것에 이어 지난해는 1478만명까지 가입자 수가 감소하며 1474만명을 기록했던 2007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특히 2014년은 1483만4605가구를 기록한 6월 이후 7개월 연속으로 가입자 수가 줄면서 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됐다.
현재 케이블TV와 IPTV 가입자 수 차이는 약 391만명이다. 지난해 1월 기준 케이블TV가 IPTV보다 600만명 이상 앞섰던 것을 감안하면 월 평균 17만명씩 격차가 좁혀졌다.
IPTV 업계 관계자는 “주문형비디오(VoD)와 스마트 방송 수요가 증가하면서 IPTV 가입자 수 규모도 확대됐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올 3분기 IPTV 가입자 수가 케이블TV를 역전하는 골든 크로스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IPTV 3사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방송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결합상품을 앞세워 가입자 수를 극대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2013년 결합상품 가입 가구 1657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자별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IPTV 3사는 83.2%를 차지해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IPTV 가입자 수는 861만명으로 전년 대비 209만명 늘며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사업자별 2013년 결합상품 시장 점유율은 KT 33.7%로 가장 높고 SK브로드밴드(30.1%)와 LG유플러스(19.4%)가 뒤를 이었다. 케이블TV 사업자로는 CJ헬로비전과 씨앤앰이 각각 6.4%, 4.6%를 차지했다. 티브로드, 현대HCN, CMB는 3사를 합해 5.8%다.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수치를 모두 합해도 IPTV 1개사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IPTV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이동통신과 IPTV 서비스를 결합상품으로 묶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라며 “스마트 셋톱박스, 주문형비디오(VoD) 등 양방향 서비스의 대중화도 IPTV 가입자 수 규모를 확대하는 데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기로에 선 케이블TV, 100% 디지털 추진
올해로 서비스 도입 20주년을 맞은 케이블TV는 위기와 재도약의 기로에 섰다.
매년 전체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케이블TV의 가입자 수 규모는 지난 2010년부터 연 평균 6만~7만명씩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09년 IPTV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2010년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22만명이 줄었다. 양방향 서비스 기반 디지털 방송과 결합상품을 앞세운 IPTV의 공세에 밀린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가입자 감소 추세는 IPTV 결합상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면 월 요금이 인상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IPTV로 이동하는 기존 아날로그 가입자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케이블TV 업계는 아날로그 가입자를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주문형비디오(VoD), 스마트 셋톱박스 등 디지털 방송 기반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지만 현재 아날로그 가입자 비율이 50%를 웃돌아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MSO 4사가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VoD 매출 규모는 637억원 수준이다. KT가 기록한 982억원 대비 200억원 이상 적다. IPTV 3사 전체 VoD 매출(1862억원)과 비교하면 30% 수준이다. 766만명에 달하는 아날로그 가입자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6개 대도시를 시작으로 오는 2017년까지 100%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디지털 케이블TV 방송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6대 도시 디지털 전환율은 52%다. 665만7735가구 중 324만8885가구가 디지털 가입자로 확인됐다.
서울은 288만4836가구 가운데 192만1809가구(67%)가 디지털 케이블TV 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과 부산의 디지털 전환율은 각각 62%, 55%로 집계됐다. 대구(35%), 광주(16%), 대전(10%)은 상위 세 도시 대비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전국 700만가구를 웃도는 아날로그 가입자가 고화질(HD)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며 “8레벨 측파연구대(8VSB) 변조 방식, 초고화질(UHD) 상품 등을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OTS로 양방향 품은 위성방송
위성방송 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는 IPTV 서비스와 위성방송을 결합한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로 꾸준하게 가입자 수를 확대하고 있다. 단방향 방송만 구현할 수 있는 위성방송 플랫폼 특성을 IPTV 서비스로 극복했다.
KT스카이라이프가 지난해 기록한 위성방송 단품 상품 가입자 수는 192만명이다. 194만명을 기록한 1월과 비교하면 2만명가량 감소했다.
반면에 OTS 가입자는 월 평균 1만명씩 늘면서 단품 상품 가입자 수 규모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14년 12월 기준 OTS 가입자 수는 233만명이다. 단품 상품과 OTS 가입자 수를 합하면 426만명으로 케이블TV MSO 가운데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확보한 CJ헬로비전(427만명)에 버금간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다음 달 하순 임시국회에서 처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 ‘유료방송 특수관계자 합산규제 법안’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합산규제는 방송사업 특수관계자의 시장 점유율을 합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 가운데 3분의 1(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그동안 위성방송 사업자는 케이블TV, IPTV와 달리 별도 시장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았다.
합산규제가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KT계열은 위성방송과 IPTV 플랫폼 가입자 수를 합해 점유율 제한을 받게 된다. KT계열이 사용자 선택권 침해, 난시청 지역 시청권 박탈 등을 주장하며 합산규제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다.
현재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가입자 수는 각각 590만명(OTS 포함), 192만명(위성방송 단품)이다. 양 사를 합해 앞으로 51만명을 추가로 확보하면 상한으로 알려진 833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KT계열을 제외한 유료방송 사업자는 IPTV와 위성방송 플랫폼을 모두 보유한 KT가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에 합산규제의 조속 처리를 요구했다. KT계열은 공정거래법상 시장 독과점 기준인 49%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회 미방위 법안심사소위가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KT와 반(反)KT 진영은 앞으로 한 달 간 사활을 건 논리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특정 방송 사업자에 편중되지 않은 합리적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합산규제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합산규제는 난시청 지역 시청권 박탈 등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신중한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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