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환경이 전산화되면서 전사자원관리(ERP)는 기업을 위한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새로운 정보기술(IT)이 속속 등장하고 기업 환경과 업무방식도 이에 맞춰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ERP 고도화 요구가 늘었다.
◇ERP로 업무 생산성을 높여라
ERP는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 일종의 종합창구 역할로 재무·회계·구매·생산·판매·재고·인사관리가 일괄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한다. 기업의 생산성을 극대화해 유연하고 신속한 경영에 대응할 수 있다. 부서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분석해 원할 때마다 제조비용과 표준원가, 고객사 별 수익성 분석을 조회할 수 있어 의사 결정이 빨라진다. 판매부서는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납기일을 줄이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ERP 구축으로 비즈니스 경쟁력을 확보하고 실시간 경영현황 파악과 선제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 플랫폼 적용으로 신속한 해외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하고 IT 운영체계 선진화 기반도 구축할 수 있다. 합리적 표준업무체계와 통합시스템 구축으로 다양한 관점의 수익성 분석과 정확한 경영 의사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ERP 도입으로 생산성을 높인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인 A사는 ERP를 도입 5년 만에 매출액이 13%수준으로 늘었다. 도입 9년차에는 14% 이상으로 확대됐다. 영업이익도 도입 초기에는 다소 감소했지만 도입 6년차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도입 9년차에는 19%를 넘어섰다. 또 다른 기업 B사는 ERP 도입 전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마이너스였지만 도입 이후 성장세로 전환했다. 도입 5년차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8%와 26%가량 늘어났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ERP를 잘 쓰는 그룹은 전반적으로 구축 이후 결산 일정이 단축되고 보고 업무 효율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이 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프로세스 표준화를 통해 ERP를 업무처리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준으로 활용했다.
◇국내 ERP 시장 “2018년까지 2789억원”
한국IDC 전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ERP 시장은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이며 2018년에 이르러 2789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ERP 시장은 패키지 소프트웨어(SW) 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공급이 이루어져 ERP 구축 경험을 보유한 기업도 늘었다.
도상혁 한국IDC 책임연구원은 “향후 ERP는 프로세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플랫폼을 도입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코드 전체를 다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룰(rule)이나 설정을 변경하여 새로운 업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기업들의 IT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ERP 시장이 경색될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비즈니스 분석에 대한 투자는 늘리는 것으로 나타나 ERP 영역에서도 재무성과 및 전략 관리를 비롯한 분석 영역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평가된다.
◇대기업 ERP 시장 “해외 법인·사업장과 시스템 통합 위한 ERP 도입 예상”
최근 일부 대형 그룹사 ERP 재구축 프로젝트 제외하면 대부분의 그룹사는 대규모 투자보다는 기존 시스템 활용도를 높일 전망이다. 삼성, LG, 현대차 등 국내 글로벌 기업은 지난 2~3년간 추진해 온 대규모 글로벌 ERP 구축사업을 완료했다. 지난 2010년 이후 한화, 두산, 효성 등이 기간 시스템으로 활용하던 ERP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그룹 차원 통합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구축한 ERP 시스템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특히 대기업 시장에서는 해외법인·사업장과 본사 시스템의 연계로 전사 통합 관리를 위한 ERP 도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간시스템 투자는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내부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ERP 뿐 아니라 사업경쟁력에 직접적 기여도가 높은 분야에 IT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ERP 자체만 고도화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SCM·고객관계관리(CRM)·제품수명주기관리(PLM) 등 시스템과 결합한 고도화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화재가 ERP 시스템 구축에 45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해 업계에서 관심을 모았다.
◇중견·중소기업 “가격경쟁력이 ERP 주도, 클라우드 ERP 주목”
업계에서는 중견·중소기업이 ERP를 도입할 때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기업 생산·판매법인의 해외진출 활성화에 따라 중견기업의 해외 동반 진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던 SAP와 오라클 ERP를 중견 기업에서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기존 구축 비용의 절반 수준으로 중견·중소기업 ERP를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이 속속 등장했다. 외산 ERP 솔루션의 높은 투자비용으로 중견·중소기업에서 ERP 도입을 망설이던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향후 2~3년간 ERP와 기업용 솔루션 시장은 클라우드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게임·애플리케이션 개발사 등 콘텐츠 사업자와 팹리스 업체 등에서 클라우드 ERP 솔루션 도입을 주도한다는 예측이다.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자체 데이터센터를 확보한 만큼 클라우드 기반 ERP 도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