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공짜에 익숙한 디자인(?)

[프리즘]공짜에 익숙한 디자인(?)

공짜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짜에 익숙해지면 더 많은 공짜를 원하게 된다. 공짜 물건에서 배움과 성공, 누군가의 노하우까지 다 공짜로 얻고 싶어 한다. 그게 사람의 심리다.

그렇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물건이든 노하우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디자인 시장도 마찬가지다. 개발한 디자인에 적정한 가격이 매겨지고, 매겨진 가격대로 값을 치르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야만 디자인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다행히 지난달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됐다. 앞으로 5개월 뒤에는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디자인을 개발하고 적절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디자인은 그동안 명확한 대가 기준이 없어 불공정 거래와 디자이너 저임금화 현상이 심각했던 분야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산업부는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했던 디자인 개발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적어도 공공분야 디자인 개발용역에서는 기대했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민간 수요를 일으켜야 할 기업의 인식이다. 정부가 디자인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원기관을 통해 기업들에 공짜로 지원한 사업이 독이 되고 있다. 디자인 관련 지원사업을 받았던 상당수 기업 사이에는 ‘디자인은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기관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부는 올 상반기 안에 산업디자인 개발에 관한 대가 기준을 수립해 공표할 예정이다. 대가기준이 공공분야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계약 및 분쟁 발생 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민간 디자인 시장이 제대로 살아나려면 제도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보는 기업의 인식부터 바꿔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디자인 산업육성을 위한 지원 사업은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더불어 디자인은 제값을 주고 사야 하는 소중한 지식재산이라는 인식도 함께 심어주는 묘책이 아쉽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