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가맹점 누락(미입금) 대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연이은 가맹점 누락대금 사고로 카드사들이 일제 점검에 나섰지만 정산 부문 표준화나 통일된 플랫폼 적용에는 실패했다.
가맹점주들은 밴 대리점과 카드사를 믿고 정산부분을 맡겼지만 잦은 누락대금 사고가 발생하자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카드사와 밴사간 정산부분 누락대금 해결을 위해 별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완벽히 이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밴사와 카드사, 밴 대리점간 체계 없는 가맹점 관리가 누락대금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전자통신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카드사가 밴사에 위탁한 업무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카드 가맹점 관련 모든 업무를 위탁하다보니 매입업무 효율화 저해가 나타나고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누락 문제 등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주요 지급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지난해 2분기 기준 물품 및 서비스 결제 금액은 약 297조원에 달한다. 민간 최종 소비지출의 80.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의 가맹점 관리 수준은 낙제점에 머물고 있다.
여신협회 고위관계자는 “카드 가맹점 모집부터 계약체결, 수수료 문제까지 밴 대리점 의존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국내 카드사간 경쟁 유인이 없다”며 “누수대금 문제는 카드사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가맹점과 밀착해 정산대금 문제 등을 책임지는 밴 대리점의 귀책사유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누락대금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별로 정산 프로세스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 문제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건 자율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밴 관리감독 소관이 금융당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누락대금 문제도 향후 면밀히 검토해 프로세스 개선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이 같은 누락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최초로 스마트폰으로 누락대금을 찾아주는 ‘스마트가맹점 도우미’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제이에스텔레콤(사장 이종선)은 3년여의 개발 과정을 거쳐 이 서비스를 3000여 가맹점에 적용했다.
이 사장은 “신한은행, 농협,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과 공조영업을 진행 중이지만 모든 카드사와의 협력체제 구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누락대금을 부가수익으로 치부하는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 설명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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