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27일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일단 △투자손실 만회 △양사 간 시너지 확보 등 두 가지 목적을 노린 포석으로 풀이됐다.
엔씨소프트 경영진에 압박 수위를 높이며 지분 인수 이후 손실을 어떤 식으로든 만회해보겠다는 것이다.
손실 판단에서는 양사 입장이 엇갈린다. 황순현 엔씨소프트 전무는 “2012년 첫 지분인수 당시 매입대금 상당부분을 엔화로 납부했다”며 “엔화가치 하락과 최근 주가 상승을 감안하면 넥슨은 엔씨 지분 취득으로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넥슨 측은 이에 대해 “최초 투자 이후 올해 1월 23일까지 원화 기준으로 거래일 기준 취득단가인 25만원을 넘은 날은 전체 거래일 7% 이하”라며 “환율 변동성은 외부요소로 당사가 감수한 리스크라 이를 전제로 손익을 계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넥슨이 경영문제에 관여하며 김정주 NXC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핫라인을 가동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지난해 10월 ‘넥슨이 단순투자라고 밝혔는데도 여러 가지 루머가 난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제 공개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엔씨소프트가 최근 인사에서 윤송이 사장 등을 승진시키면서 친정체제를 강화한 것도 넥슨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것은 넥슨에 불리하지 않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해 10월 넥슨이 추가 지분을 인수한 이후 계속 상승 중이다.
넥슨 일본법인이 2012년 주당 25만원에 인수한 엔씨소프트 주식은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4년 10월 주당 13만원대로 하락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10월 넥슨이 추가 지분을 인수해 15%를 넘긴 이후 1월 현재 주당 19만원선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 주가 상승이 지스타 2014를 기점으로 올해 출시하는 모바일게임 등 신작효과도 있지만, 넥슨 후광효과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사가 이 사태를 두고 서로 교감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낸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분쟁 상황을 계기로 주가 상승을 꾀한다는 시각은 개연성은 있지만 리스크도 크고 입증하기도 어려운 이야기”라면서도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김정주 NXC홀딩스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간 핫라인 가동이 두 회사의 표면적 갈등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사람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이재웅 다음 창업자 등과 IT업계 기부 프로젝트 ‘C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진 대표 측이 자사주 등 우호지분을 합치면 여전히 지분경쟁에서 앞서기 때문에 넥슨이 경영권을 실제 행사하려면 추가 지분을 10%가량 더 확보해야 해 ‘경영간섭이’ 실제로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사정에 정통한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은 마비노기2 공동개발 실패로 이미 엔씨소프트 개발 경쟁력을 흡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한번 경험했다”며 “추가 지분 인수 없이 경영 참여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사 대표 간 다른 시너지를 찾거나 넥슨이 투자 손실을 만회하는 수순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