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1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H사 강 사장. 장애인 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내년에는 장애인 직원을 뽑으려 한다. 그런데 막상 뽑으려니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다. 직원들과는 잘 어울릴지, 일은 제대로 할지…. 그냥 ‘고용부담금을 내고 말아버릴까’까지 고민할 지경이다. 장애인 직원, 의무니까 그냥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뽑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삼성의 장애인 고용률은 고작 1.87%로 정부가 정한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렇다. 장애인 직원을 뽑느니 그냥 고용부담금을 내고 말겠다는 것이다. 이에 한 취업사이트가 500여개 기업에 장애인 고용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적합한 직무가 없어서’(62.9%), ‘생산성이 낮을 것 같아서’(23.6%)였다.
그런데 여기, 전 직원의 70%를 장애인으로 채우고도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내는 회사가 있다. 바로 일본이화학공업(日本理化學工業). 1937년에 설립된 이 회사에선 79명의 직원들이 각종 분필을 만들어낸다. 규모는 작지만 일본 내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할 정도로 탄탄한 회사다.
사실 이들도 처음엔 장애를 가진 직원은 뽑지 않았다. 그런데 실습 온 두 장애학생들이 너무나 행복해 하며 일하는 모습에 전 직원이 감동 받아 채용을 결정했다. 그후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뽑기 시작했다. 그런데 곧, 주주와 금융기관의 반대에 부딪혔다. 장애인은 일반 직원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운데다, 기존 직원도 이들을 돌보고 챙기다 보면 업무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오야마 야스히로 사장은 이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런 문제가 하나 둘 생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오야마 사장은 결심했다. 그럼 장애인 직원이 자기 역량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맞춤형 업무방식을 만들어 보자고. 전 직원들은 먼저 머리를 맞대고 장애인 직원들의 약점이 뭔지 파악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숫자를 세지 못하는 지적 장애인 직원들은 분필 12개씩 1통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직원들은 분필이 12개만 들어가는 전용 플라스틱 케이스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 케이스가 가득 차면 분필을 꺼내 케이스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시계를 볼 줄 모르는 이들을 위해선 전용 알람을 만들어 알람이 울릴 때까지 작업을 하게 했다. 재료가 든 통에 쓰인 글씨를 못 읽어 재료 배합을 못하는 직원도 있었다. 이들을 위해선 재료 통을 빨간색, 파란색으로 칠했다. 색깔로도 충분히 구분할 수 있게 말이다.
그러자 걱정했던 문제들이 말끔히 해결됐다. 아주 작은 아이디어와 노력만으로도 장애인 직원들이 일반 직원만큼의 생산성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품질도 문제 없었다. 이들은 일본공업규격(JIS)에 맞는 정밀도 높은 분필을 생산해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이 회사가 일본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가장 사랑 받는 기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오야마 사장은 일본 최고의 경영인에게 주는 ‘시부사와 에이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자신이 존경 받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덕분일까? 일본이화학공업은 시대상의 변화로 분필제조 업계가 모두 어려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약 6억엔의 안정적 매출을 달성하며 업계 1위 기업으로서 당당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도 뭄바이 택배회사 ‘미러클 쿠리어즈’(Mirakle Couriers). 이 회사의 직원은 관리자 네 명을 제외한 70명 모두가 청각장애인이다. 물건을 배달하려면 운전도 해야 하고 고객, 회사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데 제대로 일할 수 있겠냐고? 물론 일반 택배기사처럼 하면 절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미러클 쿠리어즈에는 청각장애인 맞춤형 업무방식이 있다. 우선 이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또 사무실에선 전 직원이 수화로 이야기한다. 장애인이 아닌 네 명의 관리자만 수화를 배우면 되니까. 또 외부에 있을 때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모든 의사소통을 대신한다. 그리고 미러클 쿠리어즈는 직원들에게 ‘가능성을 배달한다(Delivering Possibilities)’는 회사 슬로건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게 했다. 자신들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닌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덕분에 이 회사 직원들은 매달 6만5000건이 넘는 배송을 소화하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마힌드라(Mahindra and Mahindra), 보다폰 에사르 (Vodafone Essar) 등과 같은 인도 대기업들도 이들을 전담 택배사로 이용하고 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장애인 직원에 대한 막연한 편견 때문에 채용을 망설이고 있는가. 걱정은 접어두고 그 직원들에게 꼭 맞는 ‘맞춤형 업무방식’부터 고민해보자. 일본이화학공업처럼 배합통에 색깔을 입히는 아주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도 장애인 직원의 역량을 200%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정리= 김수진 IGM 글로벌 비즈킷 콘텐츠제작본부 팀장
공동기획: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