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돼온 나노기술의 최근 화두는 단연 ‘상용화·제품화’다. 세계 첨단 나노기술이 한 자리 모인 일본 나노테크 전시장에서도 그 바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의류, 바이오, 각종 생활용품 등 다양한 산업군과 융합해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희국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은 “(나노기술은) 10년 전에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이제는 사업화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뤄낼지가 중요해졌다”며 “나노가 우리 주력산업에 스며들어 보다 많은 응용처가 생겨나고 중국 등 거세게 추격하는 경쟁국과의 차별화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제품을 두고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나노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술적 우위로 승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해외 나노기업들은 한국의 시장 환경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첨단 나노기술과 소재를 개발하면 이를 충분히 받아들여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경은 국내 나노기업들이 제품화에 초점을 맞춘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나노기술은 우리 산업이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동력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기술 수요자와 더불어 뛰어난 역량을 가진 나노기술 공급자가 국내에 함께 있다는 점은 큰 기회요소다. 수요기업에는 혁신의 발판을 제공하면서 나노기업은 이를 성공사례로 삼아 점차 성장하는 세계 나노 시장에 선제 진입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노’라는 옥구슬은 이제 ‘융합 제품화’라는 실로 꿰어져 보배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정부도 수요 연계와 제품화 촉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노 관련 가장 첨단의 최신 기술 보유국은 미국이나 일본 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품화로 받아들여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가 앞장설 때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
박정은 기자기사 더보기